▶ 미국 국가 작사가 이름 딴 ‘프랜시스 스캇 키’ 브리지
▶ “국가적 재난사고 충격적”
▶최대 자동차 수출입 관문

26일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프랜시스 스캇 키 브리지’의 철제 구조물들이 대형 화물선박에 들이받힌 후 붕괴돼 엿가락처럼 휘어 있다. [로이터]
26일 메릴랜드주에서 발생한 교량 붕괴로 폐쇄된 볼티모어항은 미국 동부의 주요 수출입항이다. 메릴랜드주 당국은 이날 새벽 볼티모어의 항만을 가로지르는 다리인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가 선박 충돌로 무너지자 항구 운영을 무기한 중단했다.
체서피크만에 위치한 볼티모어항은 대서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이다. 메릴랜드주 홈페이지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은 작년 한 해에만 5,200만톤의 국제 화물을 처리했는데 이는 미국 항구 중 9번째로 많다. 금액으로 따지면 800억 달러 상당이다.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폐지, 고철, 자동차를 주로 수출하고 자동차, 소금, 제지, 석고, 합판 등을 주로 수입했다. 작년에 자동차와 소형트럭 84만7,000여대를 취급했는데 이는 13년 연속으로 미국 그 어느 항구보다 많은 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티모어항을 이용하는 자동차 업체는 닛산,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볼보,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등이다. 이번 사고는 미국내 자동차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 자동차 관계자는 “볼티모어항 폐쇄로 자동차 업체들은 자동차 운송을 다른 항구로 옮겨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제너럴모터스(GM)도 차량 선적 경로를 변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랜시스 스콧 키 브리지’는 미국 국가를 작사한 프랜시스 스콧 키의 이름을 땄다. 그는 미국과 영국이 전쟁 중이던 1814년 볼티모어를 점령하려는 영국 해군의 포격에 맞서는 미군 요새 위로 성조기가 휘날리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를 지었고 그 시가 이후 국가의 가사가 됐다.
1977년 개통한 이 다리는 약 1.6마일 길이로 퍼탭스코강 하류를 가로질러 볼티모어항 외곽을 연결한다. 동부 주요 도시인 워싱턴 DC,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뉴욕을 연결하는 695번 하이웨이의 일부로 메릴랜드주 교통 당국에 따르면 일일 3만1,000여명이 왕복 4차선 다리를 이용한다.
사고를 일으킨 컨테이너선 ‘달리’는 싱가포르 국적으로 선주는 그레이스 오션이라는 회사다. 선박을 이용하기로 계약한 용선사는 글로벌 해운사인 머스크이며 운영 자체는 시너지 머린 그룹이라는 회사가 한다.
시너지 머린 그룹은 성명을 내고 사고 당시 선원 22명이 타고 있었으며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선박은 현대중공업이 2015년에 건조했다. 약 300m 길이에 폭은 48m로 컨테이너 약 9,700개를 실어 나를 수 있으며 사고 당시 스리랑카 콜롬보로 가는 길이었다.
이날 붕괴 사고 현장을 볼 수 있는 인근 도로변은 현지 주민들과 각지에서 찾아온 취재진으로 북적거렸다. 현장에 모인 주민들은 “저 다리는 내 삶의 일부인데, 정말 슬프다” “참담한 비극이다” “항구가 막히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된다”는 등의 걱정과 우려를 쏟아냈다.
워싱턴 DC를 관광하기 위해 왔다는 51세 남성 조시는 “교량 붕괴는 국가적 뉴스다. 충격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