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나바로
2024-03-25 (월)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
2016년 어느 날 당시 미국의 대선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는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에게 중국 관련 연구를 주문했다. 쿠슈너는 포털 사이트 아마존에서 중국 관련 자료를 찾다가 충격적인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데스 바이 차이나(Death by China)’였다. 2011년 출간된 이 책 내용의 골자는 중국 공산당이 불법적 수출 보조금, 환율 조작으로 공정 무역 질서를 어겼으며 그 결과 미국 내 5만7,000여 개 기업들이 문을 닫고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것이었다. 쿠슈너는 이 책의 공동 저자인 피터 나바로 UC 어바인 경영대학원 교수를 트럼프 대선 캠프의 첫 경제고문으로 영입했다. 나바로는 트럼프 집권 기간 국가무역위원장, 백악관 경제 참모인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등으로 중용된다.
극단적 매파 통상주의자인 나바로는 취임 이후 관세 인상 등을 주창하고 대중국 무역 전쟁을 이끌며 국제 통상 무대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그는 관세 인상, 미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 축소, 해외로 나간 공급망의 미국 귀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을 주장해왔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트럼프의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으로 평가했다.
나바로는 원래 민주당원이었다. 한데 1989년 공화당원으로 당적을 바꾸더니 1994년 다시 민주당적에 이름을 올렸다.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대선 후보를 지지했고 트럼프 진영에 합류하고 나서는 2018년 공화당원으로 또 변신했다. 2020년 트럼프의 대선 패배에 대해서는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미 하원은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켰던 의회 의사당 습격 사건과 관련해 청문회를 열면서 나바로를 소환했다. 나바로는 불응해 4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이달 19일 수감됐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나바로에게도 어떤 형식으로든 역할이 주어질 수 있다. 간신히 수출 회복의 기지개를 편 우리나라는 ‘나바로 발 무역전쟁’ 재개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민병권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