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발언대] 세계인의 미각을 사로잡은 ‘K-푸드’

2024-03-22 (금)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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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인종이 모여사는 미국에서 살다보니 자연스레 세계 여러나라의 음식을 맛보게 된다. 다른 나라 음식을 먹을 때 마다 은연중 우리 음식과 비교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우리 음식의 우수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것은 단순히 팔이 안으로 굽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우선 음식의 가지수와 내용 면에서 한국 음식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다. 밥을 중심으로 각종 국이나 찌개가 있고 반찬으로 여러가지 김치종류를 비롯해서 갖가지 나물과 야채를 무치거나 데치거나 절이거나 발효시켜놓고 생선은 굽거나 찌거나 전을 부치거나 회를 치고 때로눈 홍어같이 삭혀 먹기도 한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는 양념장에 재워 굽거나 찌거나 삶아내고 쇠고기는 참기름을 발라 육회로 먹기도 한다.

그 밖에 김, 건어물, 자반류, 각종 전류와 젓갈류 등 한국음식의 가지수는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식탁의 기본을 이루는 간장, 고추장, 된장, 김치, 젓갈 등은 모두 발효시킨 음식으로 건강에도 좋다.


이와같은 여러 반찬들은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갖가지 그릇에 담겨져 한꺼번에 상위에 오른다. 가장 작은 간장종지에서부터 넓고 큰 국그릇에 이르기까지 각종 음식그릇으로 그득 찬 구첩반상이나 다담상을 대하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고 입에 침이 고인다. 식사 후에는 수정과나 식혜로 입을 가시고 약과나 다식을 후식으로 먹기도 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 이렇게 다양하고 맛깔스러우며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있던가.
30여년 전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 ‘비즈니스 트래블러(Business Traveler)’ 라는 여행전문 잡지에서 ‘Seoul, a desert of culinary culture:서울은 음식문화의 황무지’ 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어느 영국인 기자가 2박3일간 서울을 여행하며 한국 음식 몇가지를 맛보고 쓴 글인데 한마디로 한국에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먹을만한 좋은 음식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고 ‘단 이틀동안 몇가지 음식을 먹어보고 한나라의 음식문화를 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경솔한 처사’라는 내용의 편지를 잡지사에 보냈다. 비즈니스 트래블러지는 한페이지에 달하는 필자의 반박문을 한 글자도 빼지않고 그대로 다음 호에 게재하였다.

그러나 이 오만 방자하고 철없는 기자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은 필자의 반박문이 아니라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있는 K-푸드 열풍이다.

뉴욕에서 활동하며 외국인들에게 전통 한식 조리법을 강의하고 있는 한국인 유튜버 ‘망치(maangchi)’ 사이트는 640만명의 팔로워를 자랑하고 있다. K-드라마에서 시작한 한류는 K- 팝을 거쳐 K-푸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채수호/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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