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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케이지, 다른 사람들의 꿈을 침범하다

2024-03-22 (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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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B 맥스 영화 ‘드림 시나리오’

▶ 아리 에스터 감독 악몽 코미디

니콜라스 케이지, 다른 사람들의 꿈을 침범하다

겸손한 학자인 폴 매튜스 교수(니콜라스 케이지)는 낯선 사람들의 꿈에 불쑥불쑥 출현하면서 SNS 스타가 되 베스트 셀러 저자가 된다. [A24 제공]

‘드림 시나리오’가 니콜라스 케이지를 만나 악몽 코미디 걸작이 됐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한 평범한 가장이자 대학교수인 폴 매튜스는 신사적이고 사려깊지만 불안증이 있어 그다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 그가 다른 사람들의 꿈에 무작위로 등장하면서 순식간에 유명인이 된다.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한순간 인생 역전이 된다. 그러나 그의 꿈속 등장이 악몽처럼 변해가고 집단적인 꿈이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악몽으로 바뀌자 폴의 가족은 물론 세상이 그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지난 연말 열렸던 버추얼 간담회에서 니콜라스 케이지는 100여편의 출연작 중 기억에 남았던 일화들을 인용하며 “모든 영화는 꿈이고, 꿈의 마법을 특히 좋아한다”고 밝혔다. ‘드림 시나리오’가 그의 영화 인생에서 ‘아리조나 유괴사건’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뱀파이어 키스’ ‘어댑테이션’ 이후 만난 최고의 대본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는 “폴을 연기할 수 있는 인생 경험이 있다고 느꼈다. 대중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인기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라는 점도 그랬다”고 캐릭터와의 접점을 설명했다. 지난 2008-9년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 자신의 이름을 구글 검색해봤다가 느꼈던 낭패감을 언급하며 오랜 기간 유행하던 ‘니콜라스 케이지 밈’을 상기시켰다. 그의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뱀파이어의 키스’ 속 우스꽝스러운 표정이 ‘You don’t say?‘라는 제목으로 바이럴 현상을 일으킨 바로 그 짤이다.


이 영화는 ‘해시태그 시그네’(2022)로 주목받은 노르웨이 출신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영어 영화 진출작이다. 보글리 감독의 장기인 ‘장르 전환’이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드림 시나리오’의 출발은 2018년 교수직을 잃은 한 남성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다. 이 교수는 법정에서 거액의 합의금을 받고 ‘취소 문화’의 대변인이 되었다. 보글리 감독은 “당시 그 교수에게 일어난 일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교수를 따라 캠퍼스를 가로질러 다니며 차를 파손하는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며 “마치 프랑켄슈타인처럼 마을에서 추방당하거나 갈퀴를 든 마을 주민들에게 쫓겨나는 사람이 나오는 옛날 서부극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보글리 감독은 “비슷한 사연을 가진 교수들이 더 나타났다. 모두 팟캐스트에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는데 몇몇 교수들은 자기애가 강했고 거의 망상에 가까운 어조를 보이기도 했다. 노벨상이나 학문적 숭배를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주인공 폴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보글리 감독은 점점 이들에게 집착하게 됐다. 그들 모두 해고를 당했을 때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는 학생들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조작됐다고 확신하는 모습에서 아이디어가 구체화됐다.

42년 넘게 축적해온 연기 내공을 쏟아부었다는 니콜라스 케이지는 “대본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이 사람에 대해 꿈을 꾸고 있고 이 사람도 그 꿈을 통제할 수 없으니 과거 경험을 적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자연스레 캐릭터와 목소리, 움직임, 표정 뒤에 진정성이 더해졌다. 최근 들어 촐연 작품에 개인적인 요소를 더하고 싶다는 생각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그는 “꿈에 관한 영화를 찍을 때면 일정 부분에서 꿈의 논리로 들어가기 때문에 내러티브의 물리학이 바뀐다. ‘주온’ 같은 많은 일본 공포 영화들에는 꿈의 논리 감성이 존재한다. 그런 감성을 찾아 내고 싶었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동시에 그는 “호러와 코미디의 조합이 성공하면 관객들이 즐겁고 연기자도 신이 난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 매시업“이라고 설렘도 내비쳤다.

HBO 맥스에서 볼 수 있는 ‘드림 시나리오’는 프로이드의 꿈 해석이 융의 꿈 분석으로 바뀌는 웃기고 슬픈 영화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로 악몽 코미디 장르를 개척한 아리 애스터 감독이 제작 파트너인 라스 크누센과 공동 제작을 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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