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성공한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는다’

2024-03-18 (월)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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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클래스는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의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기내에 탑승하는 승객의 모습을 보면 대부분 가벼운 가방 하나와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있다.

될성부른 사람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특성이 있다. 퍼스트클래스 승객들은 유독 ‘활자 중독’이라 부를 만한 독서광이 많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퍼스트클래스의 승객들은 역사서를 읽고 있었다.

그들이 역사속의 위인에 대한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멘토를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을 하면서, 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현명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는 정신적인 스승 말이다.


(미즈키 아키코의 ‘성공한 사람들은 역사책을 읽는다’ 중에서)
퍼스트클래스의 승객들이 선호하는 역사서 중 셰익스피어가 쓴 ‘헨리 4세’가 있다. 1377년, 영국 백성의 존경받는 에드워드 3세는 노환으로 영면했다. 그즈음에 외아들 태자가 전쟁에서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에드워드 3세의 손자 리처드 2세가 정통 후계자로 인정받고 왕위에 올랐다 그의 나이는 10살에 불과했다.

당시 왕위를 노리는 친척이 많았다. 리처드 2세는 숙부를 반역자로 몰아 제거했다. 그 다음엔 사촌 헨리 4세를 경계했다. 결국은 재산을 몰수하고 프랑스로 추방했다.

아직 정국이 어지러운데, 리처드 2세는 자신의 인기 관리를 위해 아일랜드를 자주 방문했다. 측근이 아일랜드행을 말렸지만 완고한 왕은 듣지 않았다. 리처드 2세가 왕궁을 오래 비웠다는 정보를 접한 헨리 4세는 프랑스에서 급히 군사를 이끌고 런던으로 쳐들어와 왕궁을 접수했다. 왕위 찬탈이다.

리처드 2세가 헨리 4세 수하의 군사에게 붙잡혀 왕궁으로 들어왔다. 리처드 2세가 보니 헨리 4세의 머리 위엔 왕관이 빛나고 있었다. 신하들은 모두 헨리 4세 쪽에 근엄하게 도열해 있었다. 리처드 2세가 조용히 거울을 들고 일어섰다. 그 거울을 한참 응시하다가 헨리 4세를 향해 내던지며 외쳤다.

“아, 거울도 사람처럼 아첨을 하는구나/ 나 한창 좋은 세월이었을 때 날 따르던 무리처럼 거울도 나를 속이는구나/ 이 얼굴이 날이면 날마다 왕궁 지붕 아래에서 일만 명을 거느리던 바로 그 얼굴인가/ 부서지기 쉬운 영광이 얼굴에 빛나는구나/ 말씀 없으신 임금님, 잘 새겨 두시오/ 내 슬픔이 내 얼굴을 얼마나 빨리 깨트렸는지...”

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비열한 모습을 보고 짐짓 놀랄 때가 있다. 한 시대를 풍미(風靡)했던 군주나 권세자라도 자기가 추구했던 삶이 욕망과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신은 리더인가. 거울에 비친 ‘자기 허상(虛想)’을 던져버리고 역사책을 붙잡으라. 역사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이 당신의 거울이 되게 하라. 그때 사람은 옳은 길을 간다. 잠언은 말씀한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 겸손한 자와 함께하여 마음을 낮추는 것이 교만한 자와 함께하여 탈취물을 나누는 것보다 나으니라.”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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