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에미다
2024-03-14 (목)
김은영 문인회
나의 산맥들이 내 바다에서 솟아올랐고
나의 바다가 너를 낳았다
숲으로 내가 숨을 쉬듯
네 가슴에 허파를 심어 주었다
산맥들이 나의 등뼈와 골격을 이루듯
너에게 척추와 그곳에서 뻗어나는 팔다리를 주었다 흙과 바람이 나의 산과 들을 채우듯
살과 근육으로 너의 뼈를 채워주었다
나의 늪지대가 순환의 정화시스템이듯
너에게도 간과 콩팥을 넣어 주었다
내가 내 속에 기거하는 모든 생명을 탄생과 죽음의 순환으로 키워가듯
너에게 입에서 장에서 배설의 순환시스템을 넣어 너를 키운다
그런데 너는
아마존을 태워 내 허파를 자르고
산을 폭파하여 내 살을 흩트리고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 내 자궁을 더럽히고 늪지대에 유전을 박아 내 소화기관을 막는구나
나의 바다는 광대해서 무엇이든 맑게 할 수 있었다 나를 파먹고 소화되지도 않는 배설물들로 내 자궁의 양수마저 구정물로 만드는구나!
그러나 네가 이것을 아느냐?
무엇이든지 너희들에게서 나오는 것은 다시 네게 들어간다
네 배꼽의 탯줄은 아직도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김은영 문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