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불리 먹을 수 있다.’ 이게 현실로 이루어진 건 언제부터일까.
경제사가들에 따르면 프랑스 대혁명 시절, 그러니까 250년 전 파리 노동자의 위장은 4분의 1이 항상 비어 있었다고 한다. 가난 때문이다. 허리가 휘어지게 일을 해도 위를 채울 만큼 충분한 식량을 살 수 없었던 것이다.
먹는 문제는 오늘 날도 꽤나 시급한 문제다.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나 그 먹는 문제가 차츰 역전의 상황을 맞고 있다. 너무 많이 먹어 살이 찐다. 그런 비만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 추세에 있어서다.
의료 전문 저널 란세트의 최근 연구보고에 따르면 2022년 현재(가장 최신 통계) 비만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10억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1990년 이후 성인 비만 율은 전 세계적으로 2배, 어린이 및 청소년 비만 율은 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
이는 전 세계 190개 국 2억2000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질량지수(BMI)조사를 근거로 나온 수치다. BMI는 자신의 몸무게(kg)를 키의 제곱(m)으로 나눈 값으로 30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율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보다 중-저 소득국가들에서 더 높아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 예가 폴리네시아, 미크로네시아 등으로 이 두 나라 성인인구의 60% 이상이 비만으로 분류됐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나라들 하면 역사적으로 기아와 영양실조의 대명사로 인식됐다. 이 지역 국가들에서도 높아가기만 하는 비만 율로 목하 ‘살과의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는 보고다.
유럽에서는 터키, 루마니아 등이 비만 율이 가장 높은 편으로 터키 여성의 43%가, 루마니아 남성의 38%가 각각 비만으로 분류됐다. 유럽에서 가장 날씬한 국민은 프랑스 인들로 비만 인구는 10% 정도로 집계됐다.
미국의 경우는 여성 인구의 44%, 남성은 42%가 BMI가 30이상으로 측정됐다.
너무 많이 먹어 비만이 됐다. 너무 못 먹어 저체중에 시달린다(BMI 18.5 이하). 전 세계적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 그 수치가 역전되어 가고 있다.
조사대상 국가의 2/3 이상에서 과체중 비만 어린이 수가 저체중 어린이 수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BMI 30 이상일 경우 BMI 23에 비해 당뇨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크다. 또 BMI가 높은 경우 10여종 이상의 암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런 저런 모양으로 연간 400여만이 비만과 관련해 숨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비만은 건강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안보문제와도 직결된다. 미국이 맞은 상황이 바로 그렇다.
2개 전선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 전선이 3개, 4개로 확산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미국이 맞이한 현실이다. 그 미국이 그런데 전례 없는 모병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모병 대상 연령인 젊은 층 인구의 77%가 군복무 부적격으로 판정됐다. 약물복용, 정신 건강 등 여러 가지가 그 이유로 지적됐다. 그렇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과체중, 비만증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안보확립은 키친에서부터!’ 이런 표어라도 내걸어야 하는 세상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