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페루 꾸스꼬 근처에 위치한 춤비비까스(Chumbivicas)의 수도 싼또 또마스(Santo Tomas)의 새해 맞이 축제가 이채롭다. 성탄절을 맞은 후 신년 새해가 오기전 그들은 격렬한 주먹질 싸움 축제 ‘따까나꾸이’를 벌인다.
잉카 인디오들의 께추아(Quechua)어로 ‘따까나꾸이’(Takanakuy)는 ‘서로 치고 받는다’는 의미이다. 이런 야만적인 주먹다짐 축제는 1560년부터 시작됐다. 스페인의 갑작스런 침략을 통해 찬란했던 태양의 제국 잉카가 속수무책으로 패망하게 되자 토착민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저항 운동이 ‘따까나꾸이’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새해 맞이 싸움 축제로 자리잡게 되었다. 한해동안 가족 구성원끼리, 이웃간의 많은 문제와 갈등들, 타인과의 관계속에서 발생했던 원한과 오해들, 불운과 악 감정을 다 털어 버린 후 새해을 맞이하려는 사회적 카타르시스의 한 단면이 ‘따가나꾸이’ 축제속에 녹아있다.
페루의 종교적 제의와 축제에 빼놓을 수 없는 신성한 전통주 치차 모라다(Chicha Morada, 보라색 옥수수 발효주)에 취해 얼큰해지면 분위기가 점점 고조된다.
기타와 차랑고, 께냐(Quena, 피리)와 싼뽀냐(Sanpona, 팬 플릇) 민속 악기가 애잔하게 연주되면 음악 소리에 맞춰 춤추던 무리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려 무대를 마련한다. 그 한복판으로 한 주먹한다는 유능한 싸움꾼들이 삼삼오오 몰려든다.
누구든지 싸움 축제에 자발적으로 참가할 수 있다. 싸우다 맞아서 깨지고 찢어져도 소탈하게 웃을 수 있는 남녀노소라면 제한없이 출전할 수 있다. 남성 전사들은 알록달록한 원색실로 만들어진 복면을 써서 얼굴을 가려야한다. 가우초(Gauchos, 목동)들의 가죽 자켓을 입고, 털실로 짠 두툼한 복대를 두른 후 허벅지까지 닿는 긴 가죽 장화를 신은 다음 주먹을 털실로 감싼 채 경기에 임해야 한다.
남성은 남성끼리, 여성은 여성끼리, 청소년은 청소년끼리 대항해야 한다. 년령별, 체급간 비슷한 상대끼리 양손과 두발을 사용하여 정정당당하게 벌이는 싸움이다.
싸움 축제가 시작되면, 만만하게 보이는 상대 앞에 나가 맞장 뜰 의향이 있는지 묻는다. 수락한 즉시 얼굴과 상체를 향해 무차별인 주먹다짐과 발차기가 시작된다. 두 눈 질끈 감고 휘둘러 내려치는 원 투 펀치에 턱이 돌아가고, 콧대가 내려앉고 피가 튀긴다.
따까나꾸이 나름대로 몇가지 엄격한 싸움 규칙이 있다. 당사자들 외에 친구나 이웃이 삼자 개입하여 패싸움을 벌일 수 없다. 강제로 넘어뜨린 후 올라탄 채 무자비한 가격도 할 수 없다. 치명적인 급소나 낭심을 걷어 찰 수 없다.
옅은 미소를 띤 채 시작한 싸움이 과격한 나머지 살기가 번득이면 가죽 채찍을 든 두명의 심판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싸움을 저지할 수 있다. 치열한 격투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 안아주며 화해한다. 연발 펀치를 얻어 맞은 얼굴에 피멍이 가득하고, 눈두덩이가 빨갛게 부어올라 욱신거려도 상대방을 탓하거나 통증을 호소할 순 없다.
큰 잔에 옥수수 술 치차를 가득히 채운 후, 호탕하게 ‘살룻’(Salud, 건배사, 위하여)을 외치고, 호기있게 마시는 것으로 싸움을 끝낸다.
다사다난 했던 2023년 한해도 주의 은혜와 보호 하심 가운데 잘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새롭게 펼쳐질 갑진년 새해에도 주의 긍휼과 자비가 무궁하시길 소망한다
도시선교 (703)622-2559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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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억 굿스푼선교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