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행성
2024-01-18 (목)
김봉임(Leslie)
온세상의 추위와 두려움, 염려
다 안다는듯
하늘 속을 하얗게 채워
그득히 따뜻히 솜꽃이
마냥 모두를 덮어 내리고 있다.
이렇게 눈 내리는 날은
하아얀 행성에 내려앉은 여신이 되어
세상이여 삶이여 잠시 잠잠하라
주문을 외운다
모든 것이 멈춰선다
소란스런 차들의 기침소리도
쉬지않고 보채대는 전화소리도
우리의 야심도, 욕망도, 증오도, 달래 보는
그 지친 몸짓들도.
이렇게 풍성히 흰솜꽃이 내리시는 날도
셰넌도어 산길 정상에 핀 애쉬 나무는 두려움없이
당찬 얼굴로 빨갛게 여물어 있을까?
이런 날, 나의 행성에 내리는 흰솜꽃들이
능선과 골짜기 사이 떨며 서있는
추운 가지들의 어깨들을
소북소북 덮어가는 모습을
넉넉한 미소로 지켜보고 싶다
청정한 허공을 올려보며
높이높이 선 나목들 아래서
마음마저 온통 하얀 솜꽃에
하얗게 하얗게 물들며
마냥 마냥 서있고 싶다
<
김봉임(Les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