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왜 일론 머스크인가?

2024-01-16 (화)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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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먼은 캐나다의 농장지대를 지나다가 경비행기를 판다는 팻말을 보았다. 수중에 그런 돈이 없었다. 농장주를 만나 협상했다. 타고 가던 차를 내주는 대신, 경비행기를 넘겨 받는 데 성공했다. 그는 비행기를 조종할 줄 몰랐다. 파일럿을 고용해 집으로 날아왔다. 그에게서 조종술까지 배워 날아 다녔다. 이 홀드먼이 바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의 외할아버지였다. 외가의 가훈은 ‘위험하게 살자. 그러나 조심하자.’

“당신이 아버지처럼 변하고 있어요.” 부부 싸움을 하다 악마 모드로 바뀌는 일론에게 그의 전 부인이 하곤 했다는 말이다. 아버지는 그에게 어둠이었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행을 저지른 사람’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네 살 때부터 키워 온 의붓딸을 임신시키고 그에게서 아이 둘을 낳았다. 그의 가정환경은 이랬다.

태어나서 자란 남아공에서 싸움은 문화의 일부였다.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형인 일론을 ‘사랑하고, 사랑하고, 사랑한다’는 바로 아래 동생과도 사무실에서 뒹굴며 육탄전을 벌인 적이 있다. 직원들은 관전할 수밖에 없었다. 일론이 동생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려는 순간, 동생이 주먹을 물어 뜯는 바람에 응급실에서 봉합수술을 하고 파상풍 주사를 맞았다.


저돌적이고 무모한 유전자, 이런 가족사와 성장 환경에 천재가 덧입혀진 것이 머스크라고 하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할까. 다시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는 뉴스 불과 얼마 뒤, 마약 복용 의혹이 불거졌던 일론 머스크, 그는 누구인가.

그는 지난 2002년 LA 컨벤션 센터에서 시민권 선서를 했다. 이민 1세대, 귀화 미국인인 것이다. 20대 초 유학생으로 온 그는 많은 한국 유학생처럼 전문직 취업비자(H1B)를 통해 캘리포니아에 정착한다. 영어에 남아공 흔적이 있긴 하나 태어난 아프리카와는 거의 관계가 없다. 어머니 쪽은 미국과 캐나다, 아버지 쪽은 할머니가 영국인이었다.

머스크는 지금 6개 기업의 CEO를 맡고 있다. 애플과 픽사, 두 회사 CEO를 겸직했던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공장에 간 적이 없다. 반면 머스크는 공장 생산라인을 지키는 현장형이다. 그에 대해 많이 이야기되고 있으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훨씬 더 많다. 우선 그가 설립한 스페이스 X-

미국의 민간 우주 항공업계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부자들의 호사 취미라는 나쁜 인상을 남겼다. 첫 비행에 돈 많은 셀럽들을 태워 날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페이스X는 나흘에 한 번 꼴로 로켓을 쏘아 올렸다. 로켓 추진체는 회수해 재사용하고 있다. 올해 발사 계획은 150회 가까이 된다. 로켓은 비밀 군사용 위성, 상업용 위성과 함께 우주 정거장까지 우주인과 짐을 실어 나르고 있다. 미국 우주산업의 주체는 국가에서 민간으로 바뀌었다. 우주산업이 민영화되고 있는 것이다. 2013년 우주 왕복선이 퇴역한 후 정부 주도의 우주산업은 거의 중단 상태였다. 스페이스X는 NASA와 140억달러 계약을 맺고 이 일을 하고 있다.

스페이스X의 부품은 70%가 자체 생산한 것이다. 로켓 부품이라고 꼭 비쌀 이유가 있나. 머스크의 생각이다. 12만달러짜리 로켓의 액체 혼합 분사기는 자동 세차기와 비슷한 부품. 5,000달러에 만들었다. 로켓용 밸브라고 자동차용 보다 30배나 비싸야 할 이유도 없다. 우주 정거장에서 쓰는 걸쇠는 개당 1,500달러인데, 화장실 걸쇠와 뭐가 다른가. 30달러에 만들어 냈다.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직원 500명으로 보잉 5만명이 하던 업무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금은 초기 과정일 뿐이다. 인류를 다행성 종으로 만드는 것, 화성 이주가 궁극의 목표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재창조했다. 일부 초기 모델은 공장 주차장에 길이 300미터, 폭 50미터의 초대형 천막을 치고 거기서 만들어야 했다. 테슬라 시총은 지난 2021년 1조달러를 넘었다. 도요타, GM 등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의 시총을 합친 것 보다 많았다. 그후 글로벌 탑10 자동차 회사의 기업가치 보다 커졌지만 이게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의 목표는 인공지능의 생활화로 운전자 없는 완전 자율형 로보 택시를 굴리는 것. 우버는 없어진다. 개인이 차를 살 이유도, 집에 차고를 둘 이유도 없다. 자동차 메이커들은 어떻게 될까.

머스크는 비디오 게임광이자 공상과학물 매니아이다. ‘공상과학’에서 ‘과학’은 빠진 ‘공상’같은 일들이 추진되고 있다. 그에게 ‘사이언스 픽션’은 과학과 엔지니어링의 문제다. 머스크는 인공지능 개발의 선두업체인 오픈AI 공동 창업자였다. AI 기능에 대한 견해 차로 결별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상황을 가장 경계하는 그는 사람 뜻대로 작동하는 AI세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의 회사 뉴럴링크도 그중 하나. 뇌와 기계를 연결해 생각만 하면 기계가 작동되게 하는 것이다. ‘거의 예수님 수준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뇌에서 “보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마비된 신경조직을 거치지 않고 메시지가 전달돼 장님이 볼 수 있다. 앉은뱅이가 걷게도 된다.

머스크가 추구하는 것, 그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꿈틀대며 나아가고 있는 지 짐작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 전기를 썼던 언론인 월터 아이작슨은 2년 간의 밀착 동행취재와 129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일론 머스크 전기를 펴냈다. 여기 나눈 에피소드들은 대부분 그의 취재 때문에 소개가 가능했다. 머스크는 여러 면에서 잡스와 비교되나 잡스는 박물관에 들어갔다. 역사인 것이다. 반면 머스크는 앞으로를 더 주목해야 할 현재 진행형이다.

<안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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