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의원들이 요구하는 이민 관련 조치들이 국가안보를 해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벌써 수개월째, 공화당 의원들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군사비 지원안을 볼모삼아 그들의 ‘이민문제 해법’을 관철시키려 한다. 공화당 역시 이들 두 나라가 테러리스트 집단과 블라디미르 푸틴이 보낸 침략군을 스스로 물리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이익에 부합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지도자들은 그들이 제시한 이민 시스템 개혁안을 바이든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군비지원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미국의 국가 안보와 공화당이 요구하는 이민 제한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거의 없다. 공화당이 원하는 이민 조치들이 미국의 안보를 해친다는 정도가 전부다.
공화당은 난민 제도의 전면쇄신을 촉구한다. 이 제도는 세계 2차대전 직후 나치 치하에서 핍박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조직적이고 신속한 난민신청 절차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화당은 트럼프 시절에 광범위하게 시행된 ‘타이틀 42’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공중보건 긴급조치인 타이틀 42를 적극 활용해 남쪽 국경지역으로 밀려든 중남미인들을 지체 없이 국경너머로 추방했다. 팬데믹이라는 공중보건 긴급 상황을 내세워 이들에게 난민신청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공화당의 요구조건을 받아들인다면 바이든은 난민제도의 품격과 도덕성을 회복시키겠다는 2020년 대선공약을 어기게 된다. 그의 이민 공약 가운데 상당부분은 이미 깨졌다. 공화당의 압박에 밀려 여기서 또 뒷걸음질 칠 경우 우방국들과의 약속인 국제협약 준수 의무마저 어기게 된다.
이전의 자동추방조치 시행 초기단계에서 보았듯 공화당의 요구는 추방자들의 밀입국 시도를 부추기고 국경지역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진 못했지만 공화당의 요구 중에는 더욱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조치도 포함되어있다. 특정 집단에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humanitarian parole)을 허용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아예 없애버리자는 내용이다.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 처분을 받은 비시민권자들은 미국에 입국해 한시적이나마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다. 대통령의 가석방 권한은 미국의 이민시스템을 떠받치는 기둥 가운데 하나로 1950년대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 이후 민주당과 공화당의 역대 대통령들은 피난처를 찾아 미국에 도착한 난민 그룹을 돕기 위해 가석방 권한을 행사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도덕적, 지정학적 이익에 봉사했다.
인도적 차원의 가석방을 적용받은 그룹은 피델 카스트로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인, 1956년 소련에 맞서 봉기를 일으킨 헝가리아인, 미군의 사이공 철수 당시 뒤에 남겨졌던 현지 조력자 및 미군과 현지인 사이에 태어난 고아들, 이슬람 혁명 후 고국을 등진 이란인, 핍박의 대상이었던 구소련 내 유대인들과 러시아의 침공으로 고향 땅에서 밀려난 우크라이나인, 미군 철수로 궁지에 빠진 아프간 조력자들을 포함한다.
나라밖에서 발생한 전쟁이나 인도주의적 위기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은 국가안보에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미국의 이익을 도왔다가 위험에 빠진 현지 조력자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고 망명처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에 해당한다.
위기에 처한 조력자들을 보호해주지 않는다면 다음번 우리가 도움을 청했을 때 기꺼이 달려올 현지인들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현재 공화당이 요구하는 대통령의 인도적 가석방권한 취소는 국경 보안을 악화시킬 잠재력을 지닌다. 가석방권은 망명신청자들이 질서있게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경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도 합법적 방법으로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면 밀입국 안내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는 사례는 줄어든다.
실제로 바이든은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 인들을 위한 집단이민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바로 이같은 사실을 염두에 두고 가석방제도를 활용했다.
해당 국가의 시민들은 신원조회와 신체검사를 거쳐 미국에 거주하는 개인 스폰서의 보증과 함께 망명을 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을 제시할 경우 이민국의 사전 입국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망명신청 승인이 나올 때까지 최고 2년간 취업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망명신청자는 취업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하거나 난민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미국 내 친지와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국 시민들의 밀입국 적발건수도 확연히 줄어들었다. 예컨대 불법으로 국경을 넘은 베네수엘라 인들의 숫자는 망명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달인 2022년 9월부터 2023년 7월 사이에 66%가 떨어졌다. 그러나 가석방 적용받는 난민신청자들의 숫자가 임의적으로 제한되면서 처리절차가 지연되자 밀입국자의 수가 다시 늘어났다.
그런데 이렇듯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확대하기는커녕 공화당은 처음엔 소송을 통해, 그리고 지금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지원협상을 통해 이를 금지하려든다.
의회는 실질적인 의향이 있다면 얼마든지 국경안보를 개선할 수 있다. 예들 들어 국경에 더 많은 재원을 배정하고, 이민법원을 늘려 망명신청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국경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우리의 도덕적 지위는 물론 나라밖에서 우리 자신을 보호할 능력을 해치는 눈먼 대응책에 집착하고 있다.
캐서린 램펠은 주로 공공정책, 이민과 정치적인 이슈를 다루는 워싱턴포스트지의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이다. 자료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강조하는 램펠은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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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