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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악의 순간, 인생 최고의 이웃을 만나다!”

2023-12-29 (금) 하은선 기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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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영화 ‘오토라는 남자’

▶ 까칠 매력 탐 행크스표 코미디

“인생 최악의 순간, 인생 최고의 이웃을 만나다!”

늘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성가신 존재는 쳐다보지도 않던 오토(톰 행크스 분)가 발길질 하던 길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다. (작은 사진)아내가 죽은 이후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죽기로 다짐한 오토는 새로 이사한 이웃을 돌보게 되면서 죽음을 미루게 된다. [사진제공=Netflix]

“인생 최악의 순간, 인생 최고의 이웃을 만나다!”

‘오토라는 남자’(A Man Called Otto)는 오랜 만에 만나는 탐 행크스표 코미디가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 탐 행크스가 연기한 오토라는 남자는 동네 어디서나 한 명쯤 있을법한 까칠한 노인이다.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하고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아내 소냐까지 세상을 떠난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아내를 따라가는 것 뿐. 지독한 원칙주의자인 오토가 삶을 포기할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마침내 계획을 실행할 결심을 한다. 마지막 순간을 앞둔 바로 그 때. 그의 성질을 살살 긁으며 계획을 방해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나타난다. 그의 삶에 제멋대로 끼어들어 죽고 싶을 타이밍마다 이를 방해하는 이웃으로 인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인생 최악의 순간, 뜻하지 않은 이웃들과의 사건으로 인해 오토의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길고양이까지 오토의 생을 붙잡는다. 그렇게 새로 이사온 재치 있는 이웃 마리솔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오토는 ‘가족’을 찾게 된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프로듀서는 탐 행크스와 35년째 동고동락하고 있는 아내 리타 윌슨이다. 영화 제작자인 그녀에게 오래 전 DVD가 배달되었다. 스웨덴 영화 ‘오베라는 남자’(2015)였다. 시놉시스가 흥미로워 플레이를 시작한 지 20분 만에 그녀는 리메이크를 결정했다. 그리고 “당신이 꼭 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남편 탐 행크스의 어깨를 툭툭 쳤다고 한다. 스웨덴의 무명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을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올린 원작도 단숨에 읽어버렸다. 지난 2013년 미국에서 번역 출간되었고 93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화제작이다.


영화 주제가인 ‘틸 유어 홈’의 가사를 쓰고 노래까지 부른 리타 윌슨은 “더 이상 당신의 삶에 없는 그 누군가와 여전히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하며 세상을 떠난 부모, 친구와의 대화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탐 행크스의 아들인 트루먼 행크스가 영화 속 플래시백 장면에서 오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다. 부모 덕분에 캐스팅된 것이 아니라 마크 포스터 감독의 달콤한 설득에 넘어가 깜짝 데뷔를 했다. 아들에게 연기 조언을 해주었냐는 질문에 탐 행크스는 “습관적인 제스처와 화가 났을 때의 걸음걸이에 대해 조금 이야기했을 뿐인데 26살의 내 모습과 꼭 닮아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거기까지다. 앞으로 40년 후에도 나와 닮아 있을 것 같아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응수했다.

분위기가 흡사한 이들 부자를 캐스팅해 지루할 틈 없이 교차 편집한 포스터 감독의 노련한 연출이 소설이 지닌 액자식 구성을 무리없이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 시끄럽기만 한 성가신 이웃 마리솔은 멕시코 배우 마리아나 트레비노가 연기해 더할 나위 없는 친근한 이웃으로 다가온다. 죽은 아내 소냐의 제자 말콤도 맥 베이다가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프레데릭 배크만 작가는 “오베가 세상을 흑백으로만 본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그러나 그녀(아내 소냐)는 컬러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색깔이었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지독히 힘든 일임을. 그러나 그들 없이 살아가기란 참으로 버겁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프레데릭 베크만은 스웨덴의 한 블로거에서 전 세계를 사로잡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데뷔작이자 첫 장편소설인 ‘오베라는 남자’는 그의 블로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수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2012년 소설 ‘오베라는 남자’로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작가는 홀로 외로운 시간을 견디고 있을 당신을 위한 ‘성가신 이웃’의 따뜻한 오지랖이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온통 흑백이었던 세상에 단 하나의 컬러가 되어주는 사람, 그 컬러를 간직하게 해주는 이웃이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케 하는 영화다.

<하은선 기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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