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모든 생명체는 낳고 자라 생육하고 번성하다 때가 되면 늙고 병들어 죽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잎새가 떨어져 흙이 되면 그 위에 새 싹이 돋아나듯 죽음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을 위한 과정인 것이다. 사람의 일생도 이와 같은 자연의 순환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장수하는 것을 복 중에서도 가장 큰 복으로 여겨왔다. 필자가 어렸을 때인 1950, 60년대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50세에도 못 미쳤다. 그러나 지금은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으니 현대인들은 예전에 비하면 큰 복을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장수가 반드시 복되고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의학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으로 사람의 수명은 옛날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나 은퇴 연령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50도 채 안된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노년층의 빈곤문제가 사회적인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전처럼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시대도 아니고 사회적인 안전망은 아직도 불충분하다. 게다가 나이 들어 여기 저기 아픈 곳이 많이 생기니 의료비 지출은 크게 늘어난다. 가난과 질병과 외로움 속에 내던져진 노인들에게 기나긴 노년은 축복이라기보다 오히려 재앙일 수도 있다.
노인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사회적인 차별과 편견이다. 힘없고 가난한 노인들은 노골적인 학대와 차별에 노출되어있게 마련이다. ‘틀딱, 꼰대, 노털’ 등 노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호칭이 공공연히 사용되고 있다. ‘노인들은 투표하러 나오지 말아야한다’든가 ‘노인들은 머리가 굳어 판단력이 흐려졌으니 젊은이들 하는 일에 참견 말라’는 등 노골적인 노인비하 발언을 했다가 문제가 되어 곤욕을 치르는 철없는 정치인들도 많이 보아왔다.
따지고 보면 70대 이상의 노인들은 오늘의 선진 대한민국을 건설한 주역들이다. 노인의 지혜와 경륜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값진 자산이다. 노.장.청이 조화를 이룬 사회야말로 건강하고 바람직한 사회상이다.
노인들이여 기죽지 말고, 기대지 말고, 기대하지 말고 홀로 당당하게 살자. 늙을수록 몸과 마음을 깨끗이 가꾸고 멋도 부려보자. 경제력이 허락하는 한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취미생활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은 늦기 전에 모두 만나면서 살자. 서산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노을처럼 멋지게 살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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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