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 2019년 12월20일, 미국이 세계 최초로 ‘우주군’(U.S. Space Force, USSF)을 창설했다. 연방의회의 초당적 승인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탄생한 우주군은 미 국방부와 공군부 소속이며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에 이은 6번째 독립군이다. 현재로선 8,600명의 군인과 5,000여명의 민간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가장 작은 군대지만, 머잖아 가장 중요한 군사조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이 우주군을 창설한 이유는 미래에 인류를 위협할 전쟁은 지구에서가 아닌 우주, 특히 지구궤도에서 발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공위성과 우주쓰레기들이다. 현재 지구 저궤도(250~1,200마일 상공)에는 80여 개국에서 쏘아올린 통신, 정보, 군사정찰용 인공위성 9,000여개가 돌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5,000여개가 ‘스페이스X’가 인터넷사업을 위해 쏘아올린 위성들이다. 문제는 스페이스X가 앞으로 4만2,000개를 더 발사할 예정인데다 아마존 역시 향후 10년 동안 3,236개의 위성을 쏘아올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들뿐 아니라 다른 민간 우주사업체들도 경쟁적으로 인터넷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니 머잖아 밤하늘은 별들이 아닌 위성들의 불빛으로 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만큼이나 큰 위협은 시속 1만7,500마일로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들이다. 우주쓰레기란 인간이 우주로 쏘아올린 후 고장 났거나 임무를 다하고 버려진 위성, 로켓, 이들의 충돌잔해, 우주인이 유영하다가 놓친 도구 등이다. 미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현재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는 크기 1~10mm의 작은 것이 1억개 이상, 1~10cm인 것이 약 50만개, 10cm보다 큰 것은 2만5,000개에 달한다. 이 잔해물들은 총알의 7배 속도로 돌고 있기 때문에 아주 작은 조각이라도 충돌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실제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우주쓰레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여러차례 회피기동을 하거나 우주비행사들의 외부유영을 연기했고, 2011년에는 거의 충돌위기에서 승무원들이 긴급탈출용 캡슐에 탑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우주군은 이처럼 속도와 고도, 사이즈와 궤적이 다른 수많은 우주쓰레기들을 모니터하여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위협을 저지하며 미국의 우주작전을 보장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설되었다. 만일 적국의 공격으로 통신시스템이나 위치파악시스템(GPS), 혹은 기상관측시스템이 방해를 받는다고 하면 극도의 혼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군의 두 번째 목적은 당연히 군사용이다. 우주에서 모든 위성은 잠재적 무기로 간주된다. 특히 적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인공위성을 감시하고, 만일 공격적 행위가 나타날 때 이를 방어하는 일이 최우선이다.
아직은 미국이 우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10년 후엔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우주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미우주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현재 중국은 미국보다 더 많은 위성을 발사하고 있고, 2022년 독자적 우주정거장(톈궁)을 완성했으며, 이것이 노후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영화 ‘그래비티’(2013)는 러시아가 요격미사일로 자국 위성을 격추시키는 바람에 수많은 위성들이 연쇄 충돌하면서 엄청난 우주쓰레기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우주정거장이 파괴되고 궤도가 쑥대밭이 돼버리는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금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7년 중국이 고장 난 자국의 위성을 요격하여 엄청난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낸 것이 좋은 예다. 또 러시아는 2021년 구소련시절의 위성을 미사일로 요격해 수많은 우주파편을 발생시켰는데, 당시 중국은 그 파편이 자기네 인공위성의 14.5m 옆으로 접근하는 위험한 상황이 일어났다고 발끈했고, 미국은 이때 발생한 1,500여개의 잔해물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의 유영이 한층 위험해졌다고 비난했다. 지금까지 위성요격에 성공한 나라는 미, 러, 중, 인도 4개국뿐이지만 앞으론 더 많아질 것이고, 이러한 위험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케슬러 신드롬’이라는 이론이 있다. 45년 전인 1978년, 나사의 도널드 케슬러 박사가 내놓은 주장으로, 지구궤도상의 우주쓰레기의 숫자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인공위성에 연쇄적으로 부딪쳐 파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궤도 전체를 뒤덮어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파손된 위성 잔해들이 마치 토성의 고리처럼 지구를 감싸면서 우주선 발사가 불가능해져 인류는 지구에 갇히게 되고, GPS, 통신시스템 등 인공위성을 이용하는 모든 기술이 중지됨으로써 문명이 1970년대 이전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지구궤도가 한가했던 그 당시엔 “그런 일은 벌어질 수 없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이 학계의 반응이었고 완전히 무시당했던 이론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케슬러 신드롬을 소환하고 있다. 2011년 미국국립연구회(NRC)는 “궤도상의 우주쓰레기 양이 한계점에 도달했고, 일부 컴퓨터 모델로는 이미 임계점을 돌파하여 서로 충돌하면서 그 양이 더욱 늘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우주군의 첫번 째 임무는 우주쓰레기를 제거하는 일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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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