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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의 해가…

2023-11-27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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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 영유권을 둘러싼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의 무력충돌. 세르비아의 코소보에 대한 군사조치.

그 뿐이 아니다. 시리아와 예멘은 수 년 째 지속적으로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수단의 내전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그 아래 서아프리카지역에서는 쿠데타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아이티와 멕시코 정부는 갱과 마약 카르텔의 준동으로 그 존립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다가 대만해협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동아시아는 자칫 대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개월, 그러니까 2022년 직전부터 2023년이 이제 그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는 시점까지. 그 기간 동안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사태들이다.

2022년과 2023년. 이 두 해를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의 평화연구소도 냉전이후 동시다발적으로 가장 많은 무력 분쟁이 발생한 최악의 시기로 밝히고 있다.

웁살라대학 연례 보고서는 2022년 한 해에만 55건의 무력분쟁이 진행됐고 전 세계 인구의 25%, 20여 억 명이 그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전쟁난민은 2023년 초 현재 1억800여 만을 헤아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했다.

동시다발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력분쟁, 이 현상을 배경으로 새삼 한 단어가 크게 클로즈업되고 있다. ‘왜(Why)’라는 단어다.

‘상당수의 무력분쟁은 단순한 지역분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지역분쟁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자칫 세계전쟁으로 확산될 수도 있는 분쟁도 적지 않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하마스의 공격으로 발발한 가자 전쟁. 이 일련의 사태와 함께 그 윤곽이 보다 선명히 드러나고 있는 것은 러시아, 이란, 북한, 그리고 중국으로 이어지는 ‘악의 쿼드’, 혹은 ‘폭정체제의 축’이다.

그리고 그들 간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속속 드러나면서 적지 않은 분쟁들은 ‘악의 쿼드’가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서로 연결된 사실상 하나의 전쟁이란 진단이 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말할 것도 없다. 서아프리카지역에서의 연쇄 쿠데타. 세르비아의 불온한 움직임 등 사태에서 짙게 묻어나오는 것은 푸틴의 지문이다. 가자 전쟁도 그렇다. 우크라이나전선에서 고전, 제2의 전선 확대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는 푸틴을 도와 ‘폭정체제의 축’ 네 나라의 협력과 지원 하에 이루어진 계산된 도발이란 것이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 목적은 미국과 서방의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 - RBIO)’를 무력으로 뒤집으려는 것으로 이는 ‘악의 쿼드’의 공통된 목표다.

그 목표는 상당 부문 이미 이루어진 게 아닐까. 분쟁이 발생하면 평화중재에 나선다. 그런 역할을 맡은 유엔이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해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이후 특히 두드러진 현상으로 지정학적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유엔의 영향력은 날로 약화되고 있어 하는 말이다.

권위주의체제들의 간단없는 RBIO 무력화 준동, 그와 반비례해 날로 식물화 되어가고 있는 유엔. 이 정황에서 서방이 단합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외침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같은 가치관을 지향하는 민주 국가들이 보다 굳건한 연대를 통해 함께 대처 해나가야 한다.’-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이 주장도 같은 외침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그 일환으로 기존의 민주주의 국가들 간의 파트너십을 대폭 강화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 하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외연을 넓히고 강화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일본, 호주로 구성된 중국에 대항하는 다자주의 연합인 쿼드를 확대하는 거다. 여기에 더해 호주, 영국, 미국의 안보협력체이자 군사기술 동맹인 오커스(AUKUS)확대 개편안도 제시되고 있다.

군사적 다자협의체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들려오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주요 선진국 모임인 G7의 확대개편 요구 움직임도 점차 구체성을 띄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기구 창설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G7에 더해 인공지능(AI), 텔레커뮤니케이션 등 분야의 탑 기술보유 5개 민주주의 국가들을 합쳐 Tech-12 창립을 할 때가 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것.

나토의 확장 필요성이, 쿼드에, 오커스 개편이, G7 확대가, 또 Tech-12 창립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나라가 있다.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유로-대서양과 인도태평양 안보동맹 그룹 사이에서 일치성을 담보할 수 있는 나라로 지적된다. 한국은 오커스와 쿼드확대에 필수불가결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무엇보다도 G7을 G9으로 확대 개편하는 움직임에도 0순위 후보에 올라 있다. K방산의 전 세계적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술대국 한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자유주의 체제의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가 ‘폭정체제의 축’의 도전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그 정황에 그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존재가 새삼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

어쨌거나, 오는 2024년은 대한민국이 말 그대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는 그런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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