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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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와 함께한 민족

2023-11-19 (일) 이지현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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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색깔 고운 고춧가루와 온갖 양념을 함께 버무려 무쳐놓은 겉절이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밥 위에 척척 올려놓고 먹으면 별미 중에 별미이고 그리고 전통 발효 방식으로 시큼하게 익은 김치도 국물이 입 안에서 톡 쏘는 그 맛이 감히 소다수와 비교할 수가 없다.

요즘 전 세계가 소리 없이 얌전하게 휙 불어제치는 회오리바람처럼 김치 바람이 불고 있다. 옛날에는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한국 사람만 지나가면 코를 막고 행동하던 사람들이 요즘은 그 시큼한 김치에 후각과 미각이 자극을 받아 코리아를 꽤나 좋아한다. 덕분에 이제는 김치가 비싼 몸값이 되어 거드름을 피우며 헛기침이라도 할 기세다.

오백년이 넘는 조선 역사는 한반도 위에 존재한 동방예의지국이며 백의민족이고 아주 조그마한 국가다. 이 유구한 역사 위에 남의 나라에 침입을 받아가며 자유를 속박 당했고 전쟁을 통해 피난민의 궁색한 삶 속에 우리 민족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난의 날들이 점철되어 있다.


김치! 밥 한 그릇에 김치 하나로 허기를 채우던 시절, 밥을 먹고 그 숟갈총으로 김치 한 점을 건져먹던 우리 민족의 삶의 역사. 그러나 부지런함과 정직함과 은근과 끈기로 버티며 이겨냈던 그 시간들 속엔 밥상머리 위에는 언제나 김치도 함께 있었다.

어느 저명한 박사님이 제일 머리 좋은 민족이 어느 나라 민족인가 많은 시간을 들여 연구를 하셨단다. 그런데 그 결과는 한국 사람이라는 기사를 신문을 통해서 오래 전에 본 기억이 난다. 그분의 연구 결과처럼 머리가 좋은 민족이라 그런지 흙더미와 잿더미 위에서 급성장을 해 이제는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우리나라가 들어가고 있다.
코리아 열풍에 K팝, K푸드, K드라마… 연일 한국을 소개하는 글들이 눈에 뜨이는데 당연 김치가 인기다.

샤핑몰이나 마트에 갔을 때 어쩌다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첫마디가 아~~ 하며 김치라고 한다 기분이 과히 나쁘지 않았다.

35년 전 우리나라가 하계 올림픽을 치를 때도 유산균이 들어있는 김치가 우수 식품으로 선정되어 선수촌 밥상에도 등장했었다. 급기야 강대국이라고 하는 미국이 11월22일을 공식적인 김치의 날로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11월로 정하는 이유는 아마도 24절기 중 겨울의 시작이라는 입동이 들어있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겨울의 시작에 우리 조상들은 월동준비를 단단히 했다.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긴 겨울날과 긴 겨울밤을 지내기 위한 준비로 연탄, 김장, 땔감 등등이 있었다. 그중 김장김치를 담가야 하는 일은 연중 큰 행사였다. 22일로 정한 이유는 김치의 모든 재료가 22가지의 효능을 낸다고 해서 의미 있는 22일인 것 같다.

김치는 과연 건강식품이고 보약이다.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많이 먹어도 김치를 함께 먹어야 편안하고 소화가 잘 된다는 말들을 한다 김치와 우리는 운명이라고나 할까?
김치! 너무 훌륭한 식품이다. 옹기 항아리에 담아 땅속에 묻어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맛이 들고 땅속에 묻은 김칫독들의 찬 공기를 차단해주는 덮개는 볏짚을 엮어 만든 이엉 잇기로 초가지붕처럼 만들었다. 소꿉장난 하는 집처럼 너무 예뻤다. 가르쳐주시고 만들어주신 조상님들의 지혜로움에 감탄한다.

현대의 자연과학은 김장독의 원리를 착안하여 김치냉장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머리가 참으로 좋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장하다!

빨간 단풍잎 하나가 잘 익은 빨간 고추 보고 속삭인다. 나는 빨간색인데도 나뭇가지에 달려 있다가 바람에 날려 떨어지면 그만인데 빨간 고추야 너는 다시 가루가 되어 다른 것들과 함께 어울려 김치가 되니 좋겠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밥상머리에 얌전히 앉아 있을 테니 말이야, 부럽다 많이.

<이지현 베데스다,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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