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년 뒤면 2024년 미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로서는 바이든 대통령과 루저 도널드와의 리매치가 유력해 보이는데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가 실시한 여론 조사는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다.
2024년 대선 결과를 좌우할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네바다, 펜실베니아 6개주에서 루저 도널드는 48대 44로 바이든을 앞서간데다 이중 5개주에서는 최대 10%에서 4% 포인트로 바이든을 이기고 바이든은 위스컨신에서만 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든의 열세는 2020년 그의 승리 원동력이었던 흑인과 라티노, 젊은 세대의 지지가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 주에서 30세 이하는 고작 1% 포인트, 라티노는 한 자리 숫자, 흑인은 겨우 22% 포인트 더 바이든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 정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다. 지난 40년 동안 여유있게 재선에 성공하고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호감을 갖고 있는 대통령은 레이건과 클린턴이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들 집권 기간 실질 임금이 꾸준히 올랐기 때문이다. 바이든 집권 2년 동안 소득이 늘기는 했으나 인플레로 실질 임금은 줄어들었다. 최근 들어서야 인플레가 3%대로 떨어지면서 실질 임금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젊은 세대와 소수계의 바이든 지지 폭락의 이유가 여기 있다.
바이든은 인기가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루저 도널드를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공화당 대선 주자가 니키 헤일리가 될 경우 바이든과의 지지율 격차는 8% 포인트로, 루저 도널드 이외 무명의 인물이 될 경우 16%나 벌어진다. 또 루저 도널드가 유죄 평결을 받을 경우 그 지지자의 6%가 민주당으로 돌아설 것이며 민주당 대선 주자가 바이든 아닌 인물일 경우 그가 루저 도널드를 8% 포인트 앞서 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 조사와는 달리 내년 선거가 공화당에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거 결과가 지난 주 나왔다. 버지니아와 켄터키, 오하이오 등지에서 치러진 지방 선거는 공화당의 참패로 끝났다. 버지니아 주의회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의석을 늘려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상원 다수당 자리를 지키는데 성공했다. 루저 도널드가 2020 대선에서 25% 포인트 차로 이긴 켄터키에서는 민주당의 앤디 베시어가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역시 공화당의 아성인 오하이오에서는 낙태권을 주 헌법에 넣는 주민발의안이 56대 43이라는 큰 표차로 통과됐고 대표적인 경합주의 하나인 펜실베니아에서는 낙태권 보장을 외친 민주당의 대니얼 맥캐프리가 압도적 표차로 주 대법원 판사로 뽑혔다. 2022년 중간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낙태권이 주요 이슈로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루저 도널드가 지명한 대법관들이 뒤집은 낙태권 판결이 민주당 지지자들을 열받게 해 2024년 대선에서 루저 도널드가 떨어진다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여론 조사도 관심 거리이기는 하지만 100개의 여론 조사가 한 개의 선거 결과를 이기지 못한다. 더구나 정치에서 1년은 영원과 같다.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지난 60년간 미국 대선에서 1년 전 그 결과를 제대로 맞춘 적은 별로 없다. 1960년 신참 케네디가 현직 부통령 닉슨을 꺾은 것도, 1968년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은 닉슨이 당선된 것도, 1976년 무명의 카터가 현직 대통령 포드를 제친 것도, 1980년 2류 할리웃 스타이자 당시로서는 최고령자였던 레이건이 당선된 것도, 1992년 신참 클린턴이 걸프전 영웅 아버지 부시를 누른 것도, 2008년 역시 신인이었던 오바마가 힐러리와 맥케인을 꺾고 당선된 것도, 2016년 광대 도널드가 대통령이 된 것도 1년 전에는 예측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2016년 대선은 미시건, 펜실베니아, 위스컨신의 7만여표가, 2020년 대선은 애리조나, 조지아, 위스컨신의 4만여표가 승부를 갈랐다. 1억5,000만명이 투표하는 선거에서 수만표의 행방이 어떻게 될 지는 그 날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다. 지금처럼 양쪽 진영으로 갈린 상황에서 2024년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내년 대선에서 루저 도널드가 승리한다면 미국은 아무리 많은 거짓말과 사기 행각을 벌이고, 아무리 여러번 기소된 인물도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임을 세계 만방에 고하는 셈이 된다.
미국의 위상 추락은 물론이고 제2, 제3의 루저 도널드는 계속 나올 것이며 200년 간 계속돼 온 미국 민주주의는 사실상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남은 1년 과연 무엇이 진정 미국과 세계를 위하는 길인지 미국민들은 곰곰 생각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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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