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새 영화 ‘래디칼’(Radical) ★★★★(5개 만점)
▶ 멕시코 빈곤층 학교 배경 실화, 절제된 감정으로 훈훈하게 서술…교사·아역 배우들 탁월한 연기
파격적인 교육방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세르지오 선생이 제자들과 운동장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가난하고 불우한 환경 속에 살면서 공부에 무관심한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이상주의자인 선생의 드라마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멕시코 영화다. 올 선댄스 영화제서 관객의 인기상을 받았는데 온갖 역경과 난관을 물리치고 아이들을 파격적인 방법으로 지도해 어린 제자들의 사랑과 신뢰를 얻어내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 스승과 제자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게 된다.
이런 내용의 이야기는 ‘폭력 교실’과 ‘투 서, 위드 러브’ 및 ‘스탠드 앤드 딜리버’ 등 여러 편의 영화에서 듣고 본 것이지만 ‘래디칼’은 자칫하면 상투적이요 감상적인 얘기가 될 수 있는 내용을 감정을 절제해가며 가슴 훈훈하니 서술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Wired라는 잡지에 실린 글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때와 장소는 2011년 멕시코 북동부의 접경도시 마타모로스. 이 도시는 빈곤과 부패와 범죄에 시달리는 곳으로 주위 환경이 이러니 학교 운영도 엉망이고 아이들도 공부에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동네의 에스쿠엘라 호세 우르비나 로페스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로 이상적이요 쾌활하고 고루한 규칙을 무시하는 혁신적인 세르지오 와레스 코레아(유제니오 데르베스)가 가을 학기에 자원해 부임하면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워주려는 스승과 제자들 간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이 학교는 재정 부족과 선생들의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아이들의 저조한 출석률 및 학습 성적 바닥에 시달리는 학교. 이런 곳에 교과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무시하고 학생들에게 물리와 철학까지도 가르치면서 토론을 하도록 하는 선생이 왔으니 학생들과 교장 추초(다니엘 하다드)와 여타 선생들이 다 세르지오를 외계인 보듯이 한다.
세르지오는 이런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닫힌 마음과 두뇌의 문을 열어주고 제자들에게 그들의 잠자고 있는 잠재력을 깨어내도록 격려하면서 서서히 아이들의 관심과 신뢰를 얻게 된다. 처음에는 세르지오에게 규칙을 지키고 곧 있을 전국 졸업 성적 평가고시 위주로 지도하라고 종용하던 추초도 학생들처럼 서서히 세르지오의 과격하도록 파격적인 지도에 마음이 움직여 세르지오의 친구가 된다.
여러 학생들 중 3명의 학생이 이야기의 중심으로 등장한다. 쓰레기 매립장 인근 가건물에 사는 예쁘고 조용한 팔로마(제니퍼 트레호)는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힐베르토 바라자)가 나귀에 싣고 시내로 나가 팔 고철을 쓰레기더미에서 꺼내 가계를 돕는다. 머리가 뛰어난 팔로마는 특히 수학과 과학과 항공우주 분야에 재능이 있는데 지침서를 보고 천체 관측 망원경을 스스로 만들 정도다. 이런 딸의 공부와 세르지오의 지침을 시간 낭비라고 여기던 아버지도 마침내 팔로마와 세르지오의 열성에 감동, 딸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게 된다. 팔로마는 실제 인물로 세르지오의 교육에 힘입어 전국 졸업 성적 평가고시에 신기록으로 우수한 성적을 따낸다. 팔로마는 이로 인해 ‘차기 스티브 잡스’라는 제목과 함께 Wired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성적이 바닥을 헤매는 니코(다닐로 구아르디올라)는 동급생들의 조롱거리로 학습에 도통 관심이 없는데 팔로마를 은근히 연모한다. 그러나 그도 세르지오의 가르침에 의해 자신감을 찾으면서 특히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되나 갱단원인 형의 마약 심부름꾼 노릇을 거부하면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루페(미아 페르난다 솔리스)는 3남매 중 장녀로 책과 철학을 사랑하는데 직장에 다니는 어머니가 아이를 낳자 갓 난 동생을 돌보느라 평가고시에 참가하질 못한다.
세르지오는 학습지침을 지키지 않아 2주의 정직처분까지 받지만 자기 교육 방식을 고수하면서 제자들을 독려해 바닥을 헤매던 학급의 평가고시 성적을 상위권으로 오르게 만든다. 데르베스와 아역 배우들의 연기와 화학작용이 아주 좋다. 이 것이 영화의 질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멕시코의 수퍼 스타인 데르베스(오스카 수상작 ‘코다’에 출연)의 관대하고 폭 넓고 표정이 다양하며 따스한 연기가 매우 훌륭하다. 크리스토퍼 잘라 감독(각본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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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