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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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병’ 자녀 질책보다 대화·격려가 우선이다

2023-10-30 (월)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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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 자녀지도 노하우

▶ 마음 터놓고 이야기, 문제점 하나씩 풀어나가야…부모가 인생선배로 가능한 상황에 대한 복안수립
명문대보다 자신에게 맞는 대학 선택시 부담줄어

이제부터 본격적인 입시철이다. 내달이면 UC 입학원서를 제출하고 사립대학의 원서제출도 하는 등 본격적인 입시시즌이 다가온다. 입시철이 절정에 이르면서 많은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입시와 관련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 감정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놓은 수험생일수록 더 격심하게 겪게되는 ‘입시병’은 한 번은 겪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로 대부분의 가정은 잠깐 앓다가 알게 모르게 지나가 버리지만, 일부는 병원을 찾을 것을 권할 정도로 심한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심하면 불면증·우울증·소화불량 등에 빠져들 수도 있다. 수험생들에게 입시결과를 놓고 질책하거나 추궁하게 되면 상처만 입게될 뿐 부모에게도 별로 득이 되질 않는다. 심하면 자살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입시병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 지 알아본다.

■입시병은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비롯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 가장 흔한 것이 ▲불안과 초조 ▲불면증 ▲우울증 ▲식욕부진 ▲소화불량 ▲두통 ▲무기력증 등이다.

이런 증상들은 일단 입시결과가 모두 발표되고, 드림 대학이 아니더라도 차선의 괜찮은 대학에 합격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곤 한다. 이유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경우 항상 위로와 격려가 뒤따르면 더욱 빠른 회복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수험생의 자리에 서는 순간부터 충분한 여유를 두고 입시준비 플랜을 만들어 하나씩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어차피 겪어야 할,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자 과정이기 때문에 일찍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훨씬 안정된 고등학교 12학년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부모는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자녀가 입시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능한 상황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복안을 세워두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전혀 생각이나 준비도 없이 방관하고 있다가 자녀가 입시병 증상을 나타내기 시작했을 때 대응하려면 효과적인 지원과 도움을 주는 게 힘들뿐더러 오히려 부모 스스로 감정조절에 실패해 자녀에게 더 큰 부담을 주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처법

입시병은 수험생에게서 가장 많이 나타나지만, 부모 등 가족들이 겪기도 한다. 스트레스와 기대가 상충되기 때문인데, 방치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극복하거나 자신이 없을 경우 주변에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들도 자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 잘 충족이 되질 않으면 좌절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입시병은 주로 수험생들에게서 나타나는 만큼, 부모들은 항상 관찰을 해야 하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즉각 대응에 나서야 한다.


1. 마주 앉아 대화한다

바람직한 교육방법의 핵심은 대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제 들여다보면 부족한 부분들이 많이 발견된다.

우선은 부모가 마음의 문을 열고 여유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듣는 사람의 입장이 돼야 한다. 조금 대화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부모의 일방적인 대화로 변모하는 것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된다.

자녀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풀어주는 자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때문에 자녀의 내면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찾아낼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해와 격려, 용기를 심어주는 시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항상 대화의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춰야 솔직하고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2. 하나씩 풀어간다

수험생들이 입시준비에 막판에 압박감이 커지고, 짜증이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인 요소들에 의한 것이다. 지원서를 준비하고 제출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 발표될 당락 여부, 혼란스러운 자기 모습 등 갖가지 심리적인 불안감과 불확실, 거기에 학교 공부와 지원서 작성이란 물리적인 부담 등이 뒤엉켜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자녀와의 충분한 대화를 통해 문제점들을 찾아내고 이를 하나씩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선은 자녀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고, 시간별로 순서를 매긴 뒤 자녀와 함께 처리하는 것이다. 즉 지금은 지원서 작성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지원서 작성에 중심을 둬 마지막 정리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도 가능한 것부터 해결해 가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버거운 일들이 많겠지만, 부모가 볼 때는 훨씬 손쉬운 것들,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일들도 많다. 자녀의 가슴을 누르고 있는 일들 중 하나만 해결이 돼도 자녀의 스트레스는 크게 낮아진다.

3. 질책은 금물

사랑하는 자녀들이지만, 부모도 감정의 동물이다 보니 이따금 인내의 한계를 드러낼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쉽게 평소에 가지고 있던 자녀에 대한 불만들이 터져 나오곤 한다.

“왜 여태껏 이것 밖에 하지 않았어?” “어쩌려고 그러니?” “남들은 다 끝냈는데 넌 뭐하고 있었니?” “그동안 얼마나 많이 엄마 아빠가 얘기했니?” 등과 같은 말은 자녀에게 상처만 준다. 문제가 있고, 자녀의 잘못이 있어도 질책이나 추궁하는 말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말을 듣게 되는 자녀는 더욱 자신감을 잃고 현실을 회피하려는 쪽으로 돌아서게 된다. 특히 자포자기하는 극한 상황으로 몰리는 것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이 보다는 용기와 격려를 통해 자녀가 마음의 여유를 조금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다. 그래야 자녀는 스스로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고, 부모의 지원사격이 더해질 때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된다.

4. 약물남용 주의

스트레스는 두통이나 복통, 수면장애 등 신체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경우 자녀들은 쉽게 여러 가지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

진통제도 과용하면 건강에 해가 되는 만큼, 자녀가 약을 복용할 때 무슨 약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주 복용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5. 대학입시는 인생의 일부이다

대학 입시는 한 학생의 운명을 결정지을만큼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명문대학을 가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설사 자신이 원했던 대학을 못가더라도 본인의 노력에 따라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미국의 교육시스템 이다. 따라서 드림스쿨의 입학에 실패했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지 말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

6.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업은 더 중요하다

미국 대학은 졸업하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따라서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것에만 연연하기보다 학교를 어떻게 성공적으로 다닐 것인가에 더욱 치중해야한다. 따라서 명문대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 4년을 잘 보낼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입시에 따른 스트레스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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