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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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어떻게 행복해야 할까

2023-10-28 (토) 스테이시 김 / 노인복지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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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제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으나, 그래도 기회가 되면 선선히 자연스럽게 대화를 통한 ‘어울림의 미학’을 수용하는게 맞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 주 곧 다가올 지역합창단 연주를 앞두고 갑자기 알토 파트 인원 보충 제안을 받아 합류하기로 했는데, 낯이 익지 않은 사람들과 노래하는 것이어도 음을 서로 조합해 맞추는 동안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동일한 즐거움에 빠져들었다.

젊었을 때와는 달리 노래 가사들이 순수하게 마음에 와 닿고, 주 멜로디에 맞춰 펼쳐지는 각 파트의 조화는 합창의 묘미를 느끼게 한다. 합창은 개인 연주와 달리 참여하는 모든 사람의 호흡이 일치해야 하는데, 역사가 제법 있는 연륜 탓인지 지휘자를 중심으로 각 단원들의 절제된 음성과 태도, 그리고 화합된 열성이 좋다.


긴급 투입된 터라 내 음역보다 아래인 알토 파트에서 노래하는 것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옆에서 지원해주는 기존 멤버들의 협조로 자연스럽게 리허설에 임할 수 있었다.

나이 들어서 초대를 받거나 모임에 불러주면 거절하지 말고 가능한 만큼 참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내게 다가오는 기회 혹은 제안을 기쁘게 받으라는 것이다. 혼자 안으로 움츠려들기 시작하면 외로움이 쌓이고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히면서 병으로 진전될 수도 있을 터이다. 누구도 내 삶을 본인이 아니곤 책임져줄 수 없다. 내가 먼저 행복해야 남들에게도 사랑을 나눌 수 있다.

그런데 나를 사랑하는 것과 이기적인 것과는 어딘가 불분명한 구석이 있다. 엄마로서의 행복추구는 헌신과 희생의 지고지순한 모습과 동일시되는 듯하다. 자식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라는 생각 말이다. 엄마가 되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커리어 추구를 포기하게끔 무언의 주변 압박이 곁들여진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애쓰는 엄마들에게 칭찬보다는 독하다는 표현이 먼저 나오고, 혹여 아이들 문제가 생기면 엄마가 밖으로 돌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책임소재를 주로 엄마에게 묻는다.

특별히 미국에 사는 엄마들은 대부분 직장을 다닌다. 그러니 양육과 더불어 항상 쫓기듯 사느라, 때론 자신의 처지에서 불거진 화를 이기지 못해 아이들에게 혹은 남편에게 억지 명분을 세우면서 다그친 바 적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이해의 폭을 넓히고 가족 간에 서로 돕는 손길을 주고받았더라면 편안하고 좋았을 거란 아쉬움이 있다. 엄마로서 누리는 행복은 어떻게 찾아야 할까?

<스테이시 김 / 노인복지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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