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미국 뉴욕의 한 경매에서 낡은 샌들 한 켤레가 21만 8,750달러에 팔렸다.
코르크 재질의 깔창에 발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50년 전 샌들의 주인은 애플의 공동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였다.
독일의 ‘국민 신발’로 불리는 버켄스탁 샌들은 ‘잡스가 애용한 샌들’이라는 또 하나의 명성을 얻게 됐다.
발바닥의 아치 모양을 살린 인체 공학적 디자인과 특유의 코르크 소재 깔창으로 유명한 버켄스탁의 역사는 1774년 독일의 제화공 요한 아담 버켄스탁이 만든 신발로 거슬러 올라간다.
1896년 그의 증손자 콘래드가 프랑크푸르트에 신발 매장을 열고 15년의 연구 끝에 아치형 깔창과 코르크 제조 공법을 개발한 것이 오늘날 버켄스탁의 기본 틀이 됐다. 1·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부상병들이 찾는 신발로 인기를 끌었다.
이후 버켄스탁은 전통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디자인 개발과 다양한 협업 등 도전을 거듭해 오늘날 약 100개국에서 한 해에 2,400만 켤레가 팔리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했다.
투박한 디자인 때문에 줄곧 ‘기능성’ 신발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발렌티노·디올·셀린느 등 세계적 명품 업체들과 협업하는 패션 브랜드로 각광받고 있다.
오늘날 매출의 43%를 MZ세대가 차지할 정도다. 수많은 전통 기업들이 장인 정신만 고집하다 변화의 흐름을 놓친 것과 대비된다. 높은 브랜드 가치와 잠재력을 눈여겨본 세계적 명품 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2021년 버켄스탁을 40억 유로에 인수했다.
버켄스탁의 성공은 혁신과 변화의 노력이 어떻게 250년 된 전통 기업을 유망한 ‘젊은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지 보여준다. 버켄스탁이 11일 뉴욕 증시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주당 46달러인 공모가를 적용한 기업가치는 86억 4,000만 달러에 이른다.
올리버 라이헤르트 최고경영자(CEO)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트업”이라고 표현한 버켄스탁의 또 한 번의 도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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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