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에 살포시 앉은 이슬마다 신선한 새벽바람이 맺혀있다. 시원하게 더위를 식혀주던 매미의 울음도 슬며시 사라지고 간간이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새파랗게 높아진 투명한 하늘아래 쏟아지는 햇살을 타고앉은 한 조각의 구름이 별세계를 보는 것같다. 나뭇잎들도 가을을 닮아간다. 짓푸르던 녹색잎들이 조금씩 붉고 노란 천연꽃이 되어 햇빛에 찬란하게 반사되고 있다.
한 해동안 논밭에서 혼신을 다했던 땀방울의 결실이 맺히고 뜨거운 정기를 머금은 오곡백화와 사과, 배, 밤, 감, 대추, 포도등을 추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구리빛되어 건강하게 보인다.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은 땅을 밟고 땅에서 자란 과일, 채소, 곡식을 먹고 탄산가스를 내보내며 식물은 그 탄소를 취하고 햇빛을 받으며 땅에 내린 뿌리로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해서 자신을 키우고 산소를 내보내게 되며 우리는 그 산소를 마시고 햇볕과 함께 살아가게 해주신 창조주의 섭리가 놀랍다.
신선한 공기로 호흡하고 자연 음식을 먹고 활동하며 편한 마음을 가질 때 인간은 건강해 진다. 그리고 무공해 천연자원를 취할 때 면역체는 왕성해진다. 스위스 의사이며 화학자이고 의학계의 마르틴 루터라 부르는 파라켈수스는 “병을 치료하는 힘은 자연(自然)과 천성(天性)” 이라고 했다. 난치병이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낫는다는 믿음을 가지면 병이 사라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믿음은 진정한 기적을 일으킨다” 라고 했다. “오랫동안 꿈을 꾸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 는 너새니엘 호손의 ‘큰 바위 얼굴’ 교훈이 뇌리를 스친다. 60조의 세포를 가진 인간은 하루에도 수천개의 뇌세포가 활동한다는 통계를 보면 스트레스를 벗어난 긍정적 마음에서 행복 호르몬의 유전자가 작동한다는 사실이 이해가 간다. 긍정적인 마음에서 세라토닌이 생기고 엔돌핀이 돌며 도파민이 생기고 옥시토신이 생성된다고 한다.
자연음식을 섭취하고 햇볕과 자연을 접할 때 병이 치유가 된다. 맨발로 황토를 걸으면 암도 치유된다. 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는 얼마간 맨발로 접지(接地)하면 몸에서 땅으로 활성산소가 빠져나가고 건강한 에너지도 받게되어 자연치유가 된다고 한다.
어금니에 씌운 크라운이 문제였다. 얼마전 치실을 쓰다가 크라운이 쑥 빠졌는데 운이 없게도 세면대 구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새로 크라운을 만든다고 치과에서 마취주사를 맞아서인지 머리와 눈이 아팠고 아침에 깨어나니 왼쪽 눈이 온통 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의사인 딸의 말에 의하면 핏줄이 파열된 것같다고, 1-2주는 가야 낫는다고 한다. 치료법은 없고 자연치유되는데, 시간이 걸린단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오묘하고 신비하게 자연을 만들고 인간을 지으신 후 그 속에 창조주의 능력을 담아놓으신 놀라운 진리를 다시 찬양하게 된다. 그분의 섭리는 얼마나 지혜로우신가. 하나님은 자연을 통해 그분의 숨결을 느낄 수 있게 하셨다. 인간의 뇌세포가 자연 속에서 가장 편안하게 느낄 때는 뇌파의 진동수가 8-12 Hz이고 가장 편안한 환경은 대지와 나무와 아름다운 공간에 미풍이 초목을 살랑살랑 흔드는 환경인데 거기에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더해지면 더욱 편안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인류의 조상 아담과 하와가 거닐었던 에덴동산이 연상된다.
병아리가 양계장에 팔려오면 그 순간부터 병아리는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맨 땅을 못 밟아보고 좁쌀이나 풀 같은 자연식품을 한 번도 못 먹는다한다. 닭들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밀폐된 공간에서 오백개가 넘는 알만 낳은 후 죽게 된다.
그런데 한 자연주의자가 늙어서 더 이상 쓸모가 없는 닭 24마리를 구입하여 야산에 풀어놓고 어떻게 변하는가를 지켜보았더니 보름이 안되어 깃털이 살아나고 나뭇가지 위로 날아다니며 두 달 쯤 되니 닭벼슬이 빳빳이 서고 눈매가 살아나면서 멋진 토종닭으로 변했다고 한다. 대 자연의 정기를 받고 맑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마시고 자연의 풀과 야채를 먹으니 죽어가던 기능이 다시 회복되어 혈기왕성한 젊은 닭들이 된 것이다.
아주 천천히 채색되어가는 나뭇잎처럼, 충혈되었던 눈이 매일 조금씩 본래 색을 찾아가고 있다. 모진 풍상을 이기고 결실을 맺는 과일나무처럼 인간도 숙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가을엔 대자연에 나가 심호흡을 하며 명상의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자연과 인간이 친구되어 더불어 살면 여유롭고 풍성한 마음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
최수잔 / 워싱턴 두란노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