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 터너스 폴스(Turners Falls)로 흐르는 코네티컷 강은 한 때 연어로 넘쳤던 곳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곳에서 연어는 찾아 볼 수 없다. 1798년 이곳에 들어선 댐 때문이다. 당시 주민들은 수력으로 물방아를 돌려 제분 공업 단지를 만들겠다며 댐을 건설했다. 그 바람에 대서양에 살다 알을 낳기 위해 코네티컷 강으로 돌아오려던 연어는 갈 길이 막혔고 결국 멸종했다.
이 강만이 아니다.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북미주와 유럽 대부분의 강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거기다 인구 증가와 기술 발달로 연어 포획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연산 대서양 연어는 사실상 사라졌다. 알래스카와 러시아의 강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바람에 태평양 연어는 아직 자연산이 있지만 이 또한 남획으로 수확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네가지 생선’의 저자 폴 그린버그에 따르면 아직도 우리가 연어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양식 때문이다. 연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알이 크기 때문에 양식이 쉬운 편이다. 이미 1400년대에 프랑스에서 연어를 양식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먹는 연어는 그 기원을 따져 보면 노르웨이가 고향이다. 노르웨이 출신 트릭베 그예드렘은 40개 강에서 잡은 연어를 교배해 자연산 연어보다 성장 속도가 2배가 빠른 ‘양식 연어’’(salmo domesticus)를 만들어냈다. 양식장에서 길러지는 연어는 대부분 이 종이다. 매년 양식으로 생산되는 연어는 50억 파운드로 자연산의 4배에 달한다. 노르웨이는 전 세계 양식 연어의 50%를 생산하며 칠레가 27%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연어 대량 양식의 성공으로 자연산 연어 포획 압력은 줄어들었지만 양식 연어가 자연산 연어보다 건강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PCB 등 유독성 물질은 주로 동물의 지방에 축적되는데 전 세계 바다를 누비고 다니느라 운동량이 많은 자연산 연어보다 한 곳에 가만 있는 양식 연어는 지방 함량이 2배고 따라서 공해 물질 축적량도 2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하버드대 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주일에 양식 연어 요리를 3번 먹으면 여기 들어 있는 공해 물질로 암에 걸려 죽는 사람은 10만 명 당 23명 발생하지만 오메가 3 덕분에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7,125명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해를 피하면서 심장병 발병을 막는 최선의 방법은 오메가 3 알약을 먹는 것일 수도 있다.
양식 연어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뉴욕 주에 있는 ‘연어 강’(Salmon River)은 이름 그대로 한 때 연어가 넘치던 곳이었다. 그러나 댐으로 막히면서 연어가 사라졌으나 이제는 다시 나타났다. 이 강이 흘러드는 온타리오 호수에서 연어가 없어지면서 그 먹잇감인 잡어 수가 폭증하자 이를 통제하기 위해 시애틀에서 양식한 태평양 연어를 풀어 놓은 것이다. 그 덕분에 ‘연어 강’에서 다시 연어를 볼 수 있게 됐다.
가장 좋은 것은 불필요한 댐을 헐고 다시 자연산 연어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 기적 같은 일이 최근 가주에서 일어났다. 북가주 클라마스 강에 4개의 수력 발전소를 갖고 있는 퍼시픽콥사가 이를 모두 철거하기로 하고 그 중 제일 작은 콥코 2를 이미 해체했으며 나머지는 내년 중 없앨 예정이다.
회사 측은 댐을 새 환경 기준에 맞춰 보수하느니 해체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철거 비용 중 2억 달러는 회사가, 나머지는 지난 2014년 통과된 주민 발의안 1로 마련된 자금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이 발의안은 물고기 보호를 위한 장애물 제거 기금 마련 공채안이다. 연어가 회귀할 수 있도록 댐 4개를 해체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해체는 2002년 댐으로 인해 돌아갈 길을 잃은데다 수질 악화로 연어 7만 마리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유록 등 이곳 인디언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시작됐다. 20년이 넘는 ‘연어 어로권’ 투쟁 끝에 연방 대법원이 이들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댐 철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곳을 찾는 연어 수는 지난 100년간 90%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하는 대부분의 일처럼 댐도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만 볼 수는 없다. 댐은 자연을 훼손하지만 홍수를 막고 가뭄에 대비하는 순기능도 있다. 자연산 비버도 댐을 짓지 않던가. 댐 건설과 해체가 흑백논리가 아니라 합리적 토론으로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
민경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