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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빠 팬덤’에서 ‘개딸 전체주의’로…

2023-10-02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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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물결(The Third Wave)’- 앨빈 토플러가 1980년 정보혁명과 정보사회를 예견하며 쓴 책의 제목이다. 이 ‘제3의 물결’이란 용어가 요즘 정치학계에서 새삼 원용되고 있다.

민주주의가 뒷걸음치고 있다. 인권이 유린되고 자유민주주의 규범과 제도가 붕괴상황을 맞고 있다. 한 지역에서만 국한된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장기적이고 그 규모는 세계적이다. 이와 함께 ‘독재화 제3의 물결(third wave of autocratisation)이란 말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련 붕괴 직후 한 때 민주화 러시상황이 도래했다. 그러던 것이 뒤집혔다. 1994년 이후의 현상으로 베를린 사회과학센터(WZ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89개인데 반해 독재국가는 90개로 집계됐다. 인구로는 전 세계인의 70%가 독재체제하에 짓눌리고 있고 민주주의를 구가하고 있는 세계인은 30%에 그치고 있다.


‘전 세계적 현상인 민주주의 퇴조, 이는 과거와 같은 사회주의의 도전이 그 주 원인은 아니다. 토착주의(nativism), 혹은 내셔널리즘으로의 회귀, 그리고 표퓰리즘 정치 등으로 민주주의 체제가 퇴화되고 있는 데서 찾아진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으로 그 결과는 권위주의 체제의 득세와 독재화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다.

독재화는 기존 민주주의체제에서는 선거로 선출된 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WZB의 보고다.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정권을 차지했다. 그 정부가 표현과 출판의 자유를 억압한다. 그로도 모자라 입법, 사법부도 장악한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규범과 제도를 무너뜨림으로써 권력의 영속화를 꾀한다. 그 전형적인 예가 튀르키예, 헝가리 등이다.

독재화는 기존 독재체제에서는 더욱 심한 기본권 탄압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 전형적인 예가 우크라이나 침공이후의 푸틴 러시아이고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다.

WZB는 90년대 이후 독재화 현상의 한 두드러진 특색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이 점진적인 방법으로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는 사실을 들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군사쿠데타 등의 방법으로 과격하게 독재화가 이루어졌다. 이런 급진적인 독재화는 상당한 정치적 대가를 수반한다. 때문에 오늘날의 반 자유민주주의 세력은 일종의 ‘개구리 삶기’전략(끓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곧바로 뛰쳐나오지만 서서히 끓이는 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물이 뜨거워지는 줄 모르고 있다가 죽게 된다는 의미)를 구사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서 동원되는 것이 포퓰리즘으로 그 핵심은 ‘적 만들기’다. 대중의 적을 규정해놓고 대다수 국민을 그 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구실로 무엇이든지 해대는 것이 포퓰리즘의 노선이다.

이를 위해 ‘그들(적)’과 ‘우리’로 편을 갈라 사회를 양극화 시킨다. 극도의 양극화와 독재화가 합쳐지면서 이는 악순환을 형성, 자유 민주주의는 자칫 고사상태에 빠져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동원되는 것이 역정보(disinformation)전략이다. 여론을 유리하게 조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소셜 미디어와 심지어 제도권 언론을 통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 통계도 조작한다. 코비드 팬데믹 때 많은 독재정권들은 사망자 숫자를 줄여 발표했다. 그리고 경제통계도 날조해 발표한다.

‘오늘날 독재화 물결에서 두드러진 또 다른 특성은 유유상종이랄까. 독재체제 간의 협업체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진단이다. ‘냉전이후의 자유민주주의 국제질서는 우리에게 전략적 위협이 되고 있다’- 푸틴 러시아의, 동시에 시진핑 체제 중국의 판단이다.

때문에 모스크바와 베이징은 음으로 양으로(그러니까 막대한 액수의 현금을 뿌려가면서까지) 기존의 독재체제는 물론, 자유민주주의 전복 세력을 돕고 있다. 그만큼 ‘독재화 제 3의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다름이 아니다. ‘어쩌면…’이라고 할 정도로 문재인 정권이후 한국의 정치 메카니즘을 여실히 그려내고 있는 것 같아서다.

촛불로 시작됐다. 그러면서 내건 구호는 적폐청산이었다. 동시에 줄곧 불어 댄 것이 죽창가였다. 의견이 다르면 적폐대상이다. 토착왜구이고. 그러면서 철저히 편을 가른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문빠’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다.

문 정부의 국정은 두 단어로 압축된다. 내로남불과 조작이다. 특히 조작은 문재인 세력의 전매특허였다. 5년간 집값은 최소 94차례 조작됐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탈원전도 경제성을 조작해 강행했다. 조작은 안보분야에서도 이루어졌다. 2018년 9.19 선언도 조작의 결과물이다. 한반도 평화도 조작된 환상이다.

이재명이 민주당 대선후보에 이어 당대표가 되면서 문 정권의 DNA는 그대로 이어지고 더 악성으로 변이된다. 포퓰리즘은 더 노골적이다. 온갖 괴담유포와 함께. 그리고 ‘문빠’ 팬덤정치도 더 기이한 형태로 탈바꿈한다. 댓글 폭탄정도가 아니다. 폭력에, 살해위협도 마다않는 ‘개딸 전체주의’로.

사교집단을 연상케 하는 이 ‘개딸 전체주의’에 기대 이재명은 나름의 귀중한 승점을 하나 올렸다. 법원의 영장기각으로 구속을 일단 면한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주사파, 문빠, 개딸, 그리고 아마도 베이징과 평양으로 이어지는 좌파세력의 힘이 여전히 막강하다는 사실이다.

이는 동시에 일종의 ‘웨이크-업 콜(wake-up call)’로도 들린다. 레드 라인도 없다, 수단도,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그런 좌파의 총공세가 펼쳐지는 ‘막가파’식, 사생결단의 장이 내년 4월 총선이 될 것이라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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