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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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달팽이

2023-09-25 (월)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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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풀꽃
콘크리트  길  사이에 굽어  피어  있다
회색  달팽이  기어오르는
굴곡의  사이로  뻗고  자란 
작은  풀잎, 가엾게  보이는  것
가까이  다가가  바라본다

무거운  몸으로  고개  숙이며
줄기에  기어오르는  한 쌍의  달팽이
얼마나  무거울까  힘이 들까
궁금증을  안은  풀꽃
건드리는  내  손가락 사이에
호기심으로  다가온다

협곡에  자라는  풀꽃은
어긋난  일기에  순종 하듯이 
줄기에  붙어있는  작은  잎으로
달팽이의  사랑을  가려  준다
뜨거워진  콘크리트  틈에  숨어서


작은  풀꽃은
발 없이  협곡을  기어가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번식의  본능을  알고  있을까 
나의  식욕을  감싸주는
비밀을  알려줄  수  있을까

풀잎  사이를  건드린다
젓가락으로  잡아드는 
에스카르고  입맛이 
황홀에  젖은  달팽이를  잡는다
고통을  헤쳐가는  풀잎
손끝에  묻어나는  끈적거리는  식탁
배가  아프다

*에스카르고(Escargot):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

<이중길 포토맥 문학회,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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