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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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말 사이

2023-09-18 (월) 송재경 /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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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에 관한 우리 조상들의 많은 속담들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 등등.

언젠가 어머니께서 장성한 형제를 한 자리에 앉혀놓고 이런 말을 했다. “사람은 뿌리 하나만 잘 단속하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 혀뿌리가 있다. 세치 혀를 놀려 말 한마디 잘못함으로써 그것이 비수가 되어 상대방 가슴에 꽂힌다. 평생을 두고 상처받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처럼 불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해야 할 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가려서 열 번 생각하고 한 마디 하는 것이 진정 말 한 마디에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살아오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는다. 그때마다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 있다. “아, 죽겠다” “아, 미치겠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말이 씨가 된다. 입에서 그런 말이 자주 튀어나오면 더 어렵고 짜증이 나서 해결되기는커녕 일들이 더 꼬여서 망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고운 말 한마디로 반가운 일이 생기게 된다면 그것이 삶에 있어서 기쁨이며 작은 보람이고 행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의학적으로 연구되어 확인된 자료에 의하면 ‘죽겠다’를 자주 쓰는 사람은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에 비하여 엔돌핀의 분비가 줄며 T임파구(암세포를 죽이는 단백질 생산)의 활동이 급격히 줄어들어 체내 면역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침투하는 세균에 저항력이 약하게 되어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고 한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입에 발이 붙어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발 한걸음보다 더 빠르게 멀리 퍼지는 게 말이다. 특히나 전쟁터에서의 말은 전투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그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군사용어로 ‘심리전’이다. 유언비어나 유인물을 퍼뜨려 적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전의를 상실하게 하여 대포나 총 한 방 쏘지 않고 승기를 잡은 전쟁을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다.

말과 말 사이에는 걸러지는 망이 없다. 단지 허공만이 존재할 뿐이다. 허공은 말을 그대로 상대 쪽으로 건네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없다. 그 소통하는 공간에서 때로 공감을 갖기도 하고 오해를 사기도 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비방과 다툼보다는 폭넓은 이해와 배려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과 말 사이에서 입장을 바꿔 배려한다면 좀더 나은 세상으로 이어나가는데 우리 모두의 노력이 작은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송재경 / 웨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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