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베트남 관계 격상하자 중 ‘발끈’
▶ 바이든 “중국 봉쇄 아냐” 손사래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전선(戰線)이 반도체 수출 규제, 스마트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외교 무대’로까지 넓어지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과의 외교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라는 최고 수준으로 격상하자, 중국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미중 간 힘겨루기가 중국의 뒷마당인 베트남을 둘러싸고도 격화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억제를 위한 게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례적으로 불참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피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중 관계 정상화까지 가야 할 길은 더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10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하노이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서기장)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합의했다. 경제·문화뿐 아니라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최상위 파트너가 된 것으로, ‘중국 견제’를 위해 손잡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베트남 방문 이틀째인 11일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협력 강화(반도체 부문 투자, 희토류 공급망 확보 등) 행보에서도 이 같은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대중 포위망 강화’라는 해석을 애써 부인했다. 그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아시아 순방이나 미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관계 강화 시도가 중국 봉쇄를 뜻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진심으로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유화 제스처가 한층 강해졌고,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강경 기조도 누그러져 보였다.
‘중국의 우려는 오해’라는 취지의 언급도 반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봉쇄하는 것도, 고립시키는 것도, 해치는 것도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면서 “역내 정세의 안정을 바란다”고 했다. 인도, 베트남이 미국과 가까워지면 그만큼 인도·태평양에 안정된 기반이 확보된다는 논리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중국 부상을 억제하는 게 수출 통제 등의 목표는 아니라는 발언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껏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에 보낸 유화 신호 중 가장 강력했다”며 “신(新)냉전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