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2살 때 넘어져 얼굴을 다쳤는데 코 옆 상처의 딱지가 아주 작은 점으로 남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수준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아이가 크면서 점도 같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웃 어른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얼굴에 뭐 묻었어? 김이야?’ 식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딸도 어느 순간 얼굴의 점을 부끄러워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점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본격적으로 깨달은 건 위드코로나 즈음이었는데 이제 마스크를 벗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딸은 계속 쓰고 있었고 점이 보일 것 같으면 마스크를 위로 올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책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의 점을 그렇게 잘 찾아내곤 했다. 왜 마녀나 심술궂은 악역의 얼굴에는 점이 있고 공주들의 얼굴은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하고 예쁜지. 딸은 인어공주의 바다마녀 얼굴의 점을 유심히 보며 “엄마, 바다마녀는 점이 있어서 안 예쁜거야?”라고 물었다.
놀란 나는 아이유나 고소영 같이 예쁜 여자연예인들을 검색해서 “봐봐~ 점 있어도 예쁘잖아”하며 보여주었다.
몇 달 전 개봉한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를 보러 가기 전 바다마녀의 점은 얼마나 실감 나게 표현되어 있을지, 딸이 또 점에 대해서 안 좋게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는데 어슐라의 얼굴엔 점이 없고 오히려 인어공주 아리엘의 눈썹 위에 점이 있었다.
인어공주 캐스팅논란이 많았는데 이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인공의 작은 점 하나로도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고정관념을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아휴, 왜 예쁜 얼굴에 점이 생겨서’라며 안타까워했고, 유아 점 제거 병원에 딸을 데리고 가 진료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에 온 후 다양성을 자연스레 접하며 그동안 나도 모르게 한국 특유의 외모지상주의 적 언급을 많이 했었구나, 깨닫게 되었다.
영국의 왕자비가 된 메건 마클은 어렸을 때부터 주근깨가 많았는데 메건의 아빠는 어린 딸에게 늘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주근깨가 없는 얼굴은 별이 없는 하늘과 같은 거야. 너의 주근깨는 별과 같이 아름다운 거란다.” 나도 딸에게 “아리아의 점은 반짝이는 별처럼 예뻐” 같은 사랑의 말을 많이 해주고 있다.
작은 점 따위가 마음을 가리지 않도록, 세상의 많은 점을 포용할 수 있는 반짝이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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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은 / 샌프란시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