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열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토론회에서 사업가 출신 인도계 30대 정치 신인이 돌풍을 일으켰다. 언론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1차 토론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비벡 라마스와미 후보(38)가 순식간에 대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라마스와미를 향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검색량으로 나타났다.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에 따르면 토론회 후 24시간 사이에 라마스와미에 대한 구글 검색량은 100만 건을 넘겼다. 1985년생인 라마스와미는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2007년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2013년에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2014년 창업한 바이오기업 로이반트 사이언스가 성공하면서 억만장자가 됐다.
차기 대선에는 라마스와미뿐 아니라 또 다른 인도계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공화당 후보로 나서는 등 두 명의 인도계 후보가 대권 출사표를 던졌다. 니키 헤일리 역시 부모가 인도로부터 이민을 온 100% 인도계이다. 지난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됐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인도인 어머니와 자메이카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인도계이다.
인도계로서 가장 먼저 대권에 도전에 나섰던 사람은 2016년 공화당 후보로 나왔던 바비 진달 당시 루이지애나 주지사였다. 그러더니 이제는 대선 때마다 인도계 후보가 등장할 정도로 정치적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내 인도계는 약 440만 정도로 추산된다. 인도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고학력과 고소득이다. 25세 이상 인도계 가운데 학사학위 이상 소지자는 75% 달한다. 인도계의 중간소득은 12만5,000달러로 아시아계 가운데 단연 1위다.
이런 경제적 안정은 자연스럽게 정치적 욕구로 이어지고 있으며 정계의 문을 두드리는 인도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80만 명 이상이 거주하는 캘리포니아는 물론 중서부와 남부에서도 인도계의 정치도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직 인도계 연방하원의원은 5명이며 주 의원들은 거의 50명에 달한다.
사상 첫 인도계 연방의원은 1956년부터 리버사이드와 임페리얼 카운티를 지역구로 해 3번을 내리 당선된 달립 싱 사운드이다. 김창준 연방하원의원이 당선된 1992년보다 무려 36년 전 일이다.
인도계는 정계에서 약진을 시작하기 이전부터 기업계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왔다.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500대 기업 CEO를 인구통계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인도계 등 남아시아인들은 상위 직책을 맡을 가능성이 백인보다 거의 1.5배나 높았던 반면 한인 등 동아시아인은 백인의 30% 정도에 불과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인 시티아 나델라와 구글의 최고경영자 선다 피차이 그리고 IBM의 최고경영자 아르빈드 크리슈타 등이 인도계이다.
미시건대 명예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은 이에 대해 “남아시아인은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인에 비해 자기주장이 강하기 때문에 확실한 자기주장과 발표가 중요한 미국에서 고위직 승진 격차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학력과 더불어 인도계의 이런 특성은 기업 내에서의 성공과 정치도전에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인도계의 정치 성향은 압도적으로 민주당 친화적이다. 지난 대선에서 인도계 유권자의 74%가 바이든에 표를 던졌다. 바이든과 민주당 연방상원의원 후보들이 조지아 주에서 신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2만5,000 인도계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 덕분이었다는 분석까지 나왔을 정도다. 한인사회가 그렇듯이 인도계 역시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정치적 성향(민주당)과 많은 후보들의 소속 정당(공화당)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고민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