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쇠락하는 중국이 더 위험하다고…

2023-09-05 (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바링허우, 주링허우, 그리고 링링허우. 중국 판 MZ세대다. 바링허우는 80년대, 주링허우는 90년대, 그리고 링링허우는 200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다. 이 중국의 2030세대 인구는 줄잡아 3억6000여 만에 이른다.

바링허우는 생산과 성장을 대표하는 세대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기 시작했고 내 집 마련에 대한 욕구가 높아 현재 중국이 겪고 있는 부동산 버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주링허우는 본격적인 소비 세대다.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데다가 높아진 소득 수준을 마음껏 누려왔다. 해외여행을 수시로 다니며 명품을 거리낌 없이 소비할 정도다. 링링허우가 태어났을 때 인터넷은 이미 보편화 돼 있었다. 때문에 ‘인터넷 원주민’으로 불리는 이 세대는 중국의 각종 사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 중국의 청년세대는 1989년 톈안먼 사태이후 공산당의 세뇌 식 국가주의 교육을 받고 자랐다. 그 결과 한(漢)지상주의와 애국주의로 무장된 ‘궈차오(國潮- 국뽕)’세대로도 불린다.

이 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어느 세대보다 두드러진 남초(男超)현상이다. 1979년 중국공산당이 도입한 ‘한 자녀 정책’이 남아선호 사상과 겹쳐져 불거진 현상으로 심각한 성비 불균형으로 이 세대의 3,600여만 명의 남성은 배우자를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보도다.

이 중국의 청년세대에 대한 서방언론의 관심이 최근 들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사회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있다’- 영국 BBC방송 보도다.

홍얼다이(혁명가 후손), 푸얼다이(부유층 후손), 관얼다이(고위 관료 후손) 등에게 좋은 일자리와 높은 지위는 항상 열려 있다. 절대 다수의 평민 출신은 감히 넘볼 수 없다. 이들에게 계층사다리를 돌파할 유일한 수단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것이다.

살인적 입시 경쟁을 거쳐 명문대를 나왔다. 그런데 직장이 없다. 시진핑 집권 3기째를 맞은 중국의 현실이다. 이 상황에서 청년세대는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차라리 정글에서 죽겠다’- 라틴 아메리카를 통해 미국 국경을 넘으려는 수많은 중국 청년들. 그 수치가 최근 들어 1,000%이상 증가하고 있는 상황과 관련한 이코노미스트지의 현장 르포 기사의 제목이다.

쏟아지고 있는 서방언론의 중국의 청년세대에 대한 분석보도. 이 보도들이 전하고 있는 행간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투키디데스 트랩’-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이 만들어낸 용어로 중국과 미국의 대립을 고대 그리스의 신흥 강국 아테네와 패권국 스파르타의 관계에 비유하면서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전쟁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투키디데스 트랩’이라고 불렀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를 ‘투키디데스 트랩’에 비유해 설정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해 보이지 않는다.” 뉴욕타임스의 브렛 스티븐스의 지적이다. ‘중국은 더 이상 떠오르는 파워가 아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이 맞이할 도전은 ‘쇠락하는 파워’ 중국이 가져올 위험이다.’ 이어지는 그의 주장이다.

부동산 위기, 거기에 더한 금융위기, 수출난조, 디플레이션…. ‘도무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베이징 발의 경제 관련 배드 뉴스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영국의 오피니언 전문지 언허드(Unherd)는 ‘결과적으로 체제 파괴를 불러오는 질병’으로 진단하면서 시진핑의 중국은 ‘소련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었다.(실제로는 50%에 가깝다는 것이 적지 않은 중국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청년 실업률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자 베이징은 실업률 발표를 아예 중단해버렸다.

이것부터가 과거 소련식이다. 불안정 징후를 당국은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러니 좋지 않은 경제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다. 비밀에 붙이는 거다. 그래야 권력유지가 가능하고 사회불안을 회피할 수 있다. 이런 멘탈리티에서 베이징은 청년실업률은 물론이고 부동산 관련 각종지표 등 경제지표 발표를 중단하고 있다는 거다.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 거품 붕괴에서 살인적 청년실업률에 이르기까지 망가진 중국 경제, 그 대부분은 시진핑 개인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공동부유를 제창하면서 하이텍을 비롯한 사기업에 대한 테러를 서슴지 않았다. 민간주도 경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시진핑의 입장으로 그 결과 제로 코비드 정책으로 초토화된 중국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경제가 레닌주의 이데올로기의 희생물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이데올로기에 집착한 중국 경제는 회복불능’이란 것이 월 스트리트 컨센서스로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투키디데스 트랩’보다는 오히려 ‘토크빌 패러독스(혁명은 높아가던 기대가 사회, 경제적 조건의 갑작스런 악화로 좌절될 때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이론)’에 빠져드느냐, 아니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무모한 도발에 나설 것인지 갈래 길에 서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의 스티븐스는 진단하고 있다.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쏟아지고 있는 서방언론의 중국의 청년세대에 대한 분석보도. 이 보도들이 전하고 있는 행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포스트 커뮤니스트 차이나와 대만침공. 이 둘 중 하나에서 중국의 청년세대는 어느 쪽을 선택할 것 인가. 그 답의 편린이라도 찾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쪽일까. 중국 청년세대의 선택은. 아무래도 전자 보다는 후자…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