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을 거스르며 2020년 선거 결과에 불복했고, 이를 뒤집으려 했다. 그렇다면 2024 대선에서 그가 승리한다고 가정할 경우, 선거결과를 존중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 되지않을까? 이처럼 헷갈리는 논리가 차기 대선을 둘러싼 법리 논쟁의 소용돌이에 끼어들 채비를 갖추면서 미국의 정치 시스템에 일대 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리 논쟁의 근거가 되는 연방 수정헌법 14조 3항은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 또는 ‘적에게 원조나 편의를 제공한 자’는 이후 공직에 오를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남북전쟁이 끝난 후 비준된 헌법 개정안 조문에 따라 연방하원은 2021년 1월6일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소추했다.
당시 언론과 학자들은 수정헌법 14조의 자격상실 조항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상원이 트럼프 탄핵안을 기각하자 떠들썩한 논의 역시 수면 아래로 잠수했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의 자격논란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두 명의 저명한 원전주의 헌법학 교수는 최근 공동으로 작성한 126쪽 분량의 논문을 통해 의사당 난입사태에 따른 트럼프의 공직 자격상실은 ‘자동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의회의 탄핵절차, 또는 형사재판의 결과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 법학 리뷰에 실릴 예정인 논문은 트럼프를 2024년 대선에서 제외시키려는 정치운동가들과 관리들의 무기고에 중요한 지적 무기를 추가했다. 사실 문제의 논문은 헌법수정조항에 담긴 본래의 의미에 관한 단순한 학문적 탐구가 아니라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듯 보인다. 논문 작성자인 시카고 대학의 윌리엄 보드 교수와 세인트 토마스 대학의 마이클 스톡스 폴센 교수는 “행정부, 입법부와 사법부에 속한 정부 관리들이 마땅히 이행해야할 법적 의무는 수정헌법 14조 3항에 따라 그들에게 주어진 권한 안에서 앞으로 트럼프가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배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권고는 필연적인 시험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예비선거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압도적 우세를 기록 중이다. 트럼프가 공직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면 일단 한 명의 정부 관리, 혹은 전국 50개 주 가운데 한 곳의 주정부가 이를 위한 법적절차를 개시해야 한다. 만약 해당 주의 대법원이 보드와 폴센의 견해에 동의한다면 트럼프는 연방대법원에 항고할 것이고, 대법관들은 선거전 와중에서 대통령후보 출마자격 박탈의 합헌성을 가려달라는 요구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 2021년 상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한 이후, 그의 가장 강렬한 반대론자들조차 수정헌법 14조가 트럼프의 대선출마를 차단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예비선거가 다가오고 트럼프의 출마에 대한 법적 도전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의 출마자격을 박탈하려는 노력은 그에 대한 4건의 형사기소와 맞물리면서 양극화된 그의 지지 세력과 반대진영 사이의 거리를 더욱 벌려놓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의사당 난동사태를 조사하는 하원특별위원회가 정치적 열기를 최대한 끌어올릴 때까지 연방 법부무는 트럼프에 대한 사법처리를 늦출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의 출마 자격 박탈 움직임에도 비슷한 역학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내 중도좌파와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의원들은 그의 대선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마땅치 않게 여겼다. 그러나 트럼프의 사법리스크가 커진다면 여론은 지금의 상황이 정치적 비상사태에 해당한다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비상사태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시민적 자유가 제한된다. 보드와 폴센도 그들의 헌법적 해석이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표현과 언론, 집회와 종교의 자유 및 공개적인 반대의견 표출권을 다소 저해할 수 있다”고 시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헌법 14조 3항은 해당자의 자격박탈을 명시하고 있다.” 보드와 폴센은 에이브러햄 링컨대통령이 남북전쟁 동안 반대의견 표출권을 제안한 전례를 그들의 헌법 해석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제시한다. 의사당 난동사태가 남북전쟁과 같은 본격적인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은 중요치 않다. 의사당 난입사태는 심각한 ‘폭동’으로 14조 3항의 발동요건에 해당한다는 게 그들의 해석이다.
두 법학자의 분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평상적으로 사용하는 정치적인 의미의 폭동(insurrection)은 헌법적 구속력을 지닌 폭동과는 다르다. 의회조사국은 폭동 진압법은 “어떤 특정 주에서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법 집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적용된다며 “의사당 난입사태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연방법원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엄중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폭동진압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의사당 폭력에 늑장 대처함으로써 폭도들에게 ‘원조나 편의’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수정헌법 14조는 국가의 ‘적’에게 원조나 편의를 제공했을 경우로 적용범위를 제한한다. 의회조사국은 “역사적인 맥락으로 보아 여기서 말하는 ‘적’이란 미국 정부에 적대적인 다른 정부에 충성을 맹세한 자를 뜻하는 것이지 단순히 정부에 반대한 일반 시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을 받고 잠재적인 대통령 당선자로 떠오를 경우 타당성을 상실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에드워드 B. 폴리는 이같은 문제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적시에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의 출마자격을 인정하고, 트럼프에 우호적인 검사가 그의 출마를 막으려한 사람들을 선거방해 혐의로 기소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미국은 불장난을 하고 있다. 2020년 선거이후의 악명높은 행동을 통해 트럼프는 2024 대선이 미국 국가시스템에 비상 상황를 초래할 것이라는 긴박감을 불러일으켰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2024년 선거 전에 그를 기소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의 기수로 남는다면 그가 출마자격을 상실하건 이니건, 기소되건 말건, 대선에서 이기건 지건 간에 2024 대선은 미국의 정치적 정통성에 불가피한 타격을 가할 것이다. 혼란의 화염을 진정시킬 유일한 기회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다른 정치적 선택을 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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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윌릭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