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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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자살 역대 최고 총기가 주원인

2023-08-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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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지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자살한 사람은 4만9,44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밝혔다. 이는 전해에 비해 약 3% 늘어난 숫자로, 1941년 이후 가장 많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이 조사에서 특별히 두드러진 내용 두 가지는 자살의 수단으로 총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과 중장년 및 노인층의 자살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CDC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 자살자의 절반 이상(55%)이 총기를 사용했는데, 이는 존스홉킨스의 최근 조사에서 2022년에 총기 자살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는 내용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반면 총기 외의 방법으로 목숨을 끊은 인구는 같은 기간 오히려 8%가 줄어들어 총기가 극단 선택을 손쉽게 만들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총기난사가 크게 늘고 총기 판매 역시 급격히 증가했음을 생각해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자기방어용으로 총기를 비치하고 있는 가정이 드물지 않고, 부모의 관리 부실로 어린아이가 총을 들고 등교하여 교사를 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한편 자살률이 45~64세의 중장년층에서 7%, 65세 이상 노인층에서 8% 증가한 것은 미국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특히 백인 남성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는데, 미주한인 노년층의 자살률은 백인 남성 및 모든 타민족보다 높다는 조사결과가 수년전 나온 바 있어 그 심각성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층의 자살 증가에 대해 팬데믹 이후 많은 사람이 실직했거나 배우자 등 가족을 잃은데다 사회적 고립감이 심화돼 우울증 등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도움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의 경우엔 은퇴 후 경제적 어려움과 육체적 질병, 그리고 고독이 큰 장애물로 꼽힌다. 여기에 한인노인들은 언어장벽과 낯선 문화에서의 외로움이 더해져 그 고충은 더욱 심하다.

자살은 끔찍한 선택이다. 본인에게나 가족 친지에게나 그보다 더 큰 슬픔과 충격은 없다.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사회적 체계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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