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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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그 이상의 감동과 추억을 나누며…

2023-08-18 (금) 빌리 장 엘리트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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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리 장 엘리트 투어 대표의 세계 여행·골프·크루즈 - 한국골프 여행기

골프, 그 이상의 감동과 추억을 나누며…

골프 다이제스트 선정 세계 9위 골프 코스(2020-2021)로 선정된 사우스 케이프 골프코스 전경. 잘 관리된 골프코스가 주변의 억새풀, 남해바다의 작은 섬들과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가을 햇살이 내리쬐던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는 볏짚을 묶은 하얀 비닐 덩이가 줄지어 놓여있고 깊어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듯 길가의 코스모스는 언제나처럼 방향없이 하늘거렸다. 군데군데 늘어선 억새풀은 보푸라기처럼 부풀어 가을바람에 눈처럼 하얗게 부서졌다.

우등버스 차창에 비친 한국의 가을은 어릴 적 보았던 그 모습으로 폐부를 파고들었다. 50여 년 전 도미해 그동안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지만 이번처럼 한국의 가을 맛을 진하게 느껴본 적이 없다. 엘리트 투어의 한국 골프투어에 참여한 필자는 세계의 유명 골프코스는 거의 다 가보았기 때문에 한국 골프 투어를 간다는 것이 어쩌면 호사스런 사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투어 첫 날에 맞이한 한국 가을의 진한 싱그러움은 다소 혼란했던 나의 상념을 사르르 녹이고 말았다. 휴게소의 따끈한 우동 한 그릇, 막 구어 낸 붕어빵, 천안 명물 호두과자도 그 맛 그대로였다. 다만 상점마다 전자식 화면 터치 주문으로 그 옛날 거스름돈을 내주던 주인 아주머니의 구수한 사투리를 들을 수 없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해남으로 가는 길에 구례 화엄사,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들렀다. 골프 라운드를 할 수 없는 자투리 시간을 관광지 여행으로 짠 엘리트 투어의 세심한 배려였다. 대학 시절 배낭여행으로 들렀던 화엄사는 천연고찰의 고고한 위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고 말로만 들었던 순천만 생태공원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의 광장이었다.

첫 날 저녁은 벌교가 자랑하는 꼬막요리였다. 간판에 ‘참 좋은 인연이 되고 싶다’고 큼지막하게 써 붙인 식당에 들어서니 꼬막요리 경연대회라도 펼치는 듯 꼬막요리가 상을 뒤덮었다. 꼬막조림, 꼬막 파 무침, 꼬막 부추전, 꼬막 시금치 된장국, 꼬막 비빔밥까지…

맛으로 여행의 승부를 건다는 엘리트 투어의 슬로건을 실감했다.

둘째 그리고 셋째 날, 한국의 페블비치로 꼽히는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 위치한 파인비치 골프코스를 라운드했다. ‘파도가 빚어내고 바람으로 깎아낸 코스’라는 자긍심의 코스답게 아기자기한 소나무 숲과 해변의 수려한 풍광, 그리고 잘 관리된 페어웨이가 한 폭의 그림을 방불케했다.

파인, 비치, 오시아노 등 9홀 3코스로 이루어졌는데 어떤 홀은 아기를 품은 듯한 어머니의 따뜻함과 농익은 여성의 아름다운 자태에서 풍겨져 나오는 관능미를 뿜어냈고 어떤 홀은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열정과 냉정을 요구하는 팔색조 코스였다.

모던하면서도 클래식한 클럽내 식당은 편안함을 주었다. 클럽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나온 아침은 궁중 상차림으로 개인별로 상을 준비해 품격을 높였다. 저녁은 해남의 이름난 한정식당의 풍성한 해산물 요리가 남도의 맛을 선사했다. 골프여행인줄로만 알았는데 지방 특산물의 맛기행을 겸했으며 저녁을 한 후 케이블카를 타고 본 여수의 야경은 평생 추억으로 간직될 골프 여행의 덤이었다.


넷째와 다섯째 날은 사우스 케이프 라운드였다. 파인비치를 뒤로하고 땅끝마을 전남 해남에서 고속도로로 2시간을 달려 한국 최고의 골프코스 경남 남해의 사우스 케이프에 도착했다. 오는 도중 보성 차 밭과 편백나무 숲 관광지도 들렸지만 사우스 케이프 라운드에 대한 열망으로 발걸음이 분주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건물 가운데가 탁 트여 남해바다가 보이도록 설계된 클럽 건물의 전경은 다른 골프코스와 달랐다.

사우스 케이프는 거의 모든 홀이 바다와 맞닿아 있었다. 플로리다에서 에메랄드 빛 푸른바다를 보며 생활해온 필자는 사실 푸른 바다 그 자체만으로 신비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사우스 케이프에서 바라 본 남해 바다는 달랐다. 해무에 반쯤 가려진 크고 작은 섬들은 말이나 글로나 표현하기 힘든 한 폭의 그림이었다. 신이 남해바다를 시샘이라도 한 듯 여기저기 던져진 섬들은 오히려 원근과 대소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어 작품으로 탄생했다.

바다와 조화를 이룬 골프코스는 절벽을 가로지르는 샷, 바다를 향해 날리는 샷, 바다를 가로지르는 샷 등 갖가지 샷으로 라운드의 기쁨과 탄식을 동시에 더해주었다. 코스 중간 중간에 많은 골퍼들이 자주 방문하지 못하는 것을 감안한 듯 기념촬영을 하는 장소가 마련돼 있었다. 캐디들이 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촬영 솜씨가 수준급이라 놀랐다. 엘리트 투어 빌리 장 사장에 따르면 이곳 캐디들은 사진 촬영기술을 별도로 배운다고 한다.

연습그린 앞에 ‘세계 9위 골프코스’(2020-2021, 골프 다이제스트)라고 새겨진 큰 바위가 놓여있는데 그 명성을 실감했다.

사우스 케이프의 숙소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독톡한 스타일이다. 잘 단장된 오솔길을 따라 1분여 쯤 걸어 숙소에 들어섰다. 어림잡아도 600여 스퀘어피트는 넘을 것으로 보이는 넓은 직사각형 룸에 침대와 대형 소파만 있을 뿐 실내장식이 하나도 없었다. 벽에는 그림 하나도 걸려있지 않았다. 룸이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니 화려함보다는 단순함으로 세상을 잊으라는 듯 했다. 여러 종류의 객실이 있다고 하니 최고급 객실은 어떨까 궁금하다.

커튼을 재치고 발코니로 나가니 석양에 비친 남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다. 평생 잊지 못할 한 폭의 풍경화였다. 톱스타 배용준이 신혼여행지로 즐길 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사우스 케이프의 밤을 그렇게 보냈다. 사우스 케이프에서의 둘째 날도 같은 코스에서 라운드했는데 한 홀 한 홀을 추억의 장에 담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엘리트 투어가 특별히 주문한 클럽 디너는 한우 소고기에서부터 자연산 장어요리, 자연산 버섯요리, 싱싱한 사시미까지 최고의 일품 요리로 제공됐다. 여섯째 날, 마지막날에는 파인비치 코스의 자매코스인 솔라시도 코스에서 라운드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홀인원을 기록해 파티를 하는 행운까지 더했다. 이번 골프 투어는 관광과 맛기행을 겸한 골프 이상의 감동을 준 여행이었다. 많은 골프투어를 다녔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골프여행이었다.

*이 여행기는 지난해 엘리트 골프 한국투어에 참가했던 한 참가자의 여행기다.

여행 팁

테마전문 엘리트 투어는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는 한국골프 기행을 오는 10월15일부터 3차례 실시한다. ▲1차 경기·강원(10/15-20일) ▲2차(10/22-27일) ▲3차 경상·전라(10/29-11/3일) 실시한다. 엘리트 투어는 노동절 연휴인 9월2일-4일까지 파피힐스, 나타밸리, 하딩 팍 골프투어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13)386-1818

[켄 이·플로리다 거주]

<빌리 장 엘리트 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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