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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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짧다고?

2023-08-17 (목)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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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 지내놓고 긴 지나간 세월은 없는 듯이 짧다고 하며 살아간다. 짧았다고 느끼는 것은 지루하게 살아가는 것 보다는 바람직하게 산 삶이겠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세월이 짧다고 한다.
100세 시대에 건강한 친구는 젊은이처럼 살아가며 외국 어떤 배우는 80이 넘어서 자식을 낳아서 뉴스거리로 산다. 시간도 자기 생각에 길면 길게 살고, 짧다고 사는 사람에게는 모든 게 짧다. 60 넘으면 누가 언제 어떻게 얼마나 오래 살 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순서대로 가는 것도 행운이다. 나는 얼마 전 건강하던 막내 동생이 젊은 나이에 먼저 죽어서 장례를 치르고 왔다. 일어나고 싶지 않은 순서가 바뀌는 일이 나에게도 일어났다. 지나온 세월 거꾸로 가 봐라. 그 세월이 잠시 잠깐에 지나 왔는가. 무겁게, 즐겁게, 때로는 세월에 눌려서 겁도 먹고 환희에 차서 감동에 겨운 희열을 느끼기도 하며 살던 세월이 어찌 잠시 잠깐이었나.

세상 눈치 보며 견디며 살던 세월이 얼마나 아슬아슬하였던가. 지금은 모든 게 이만큼 만들어진 쌓인 세월이 아닌가. 이제는 지나온 세월을 회상도 하며, 남은 세월 감사하며, 지내도 되는 세월 아닌가. 이 세월도 참 좋은 세월일 거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쉬는 것이 쉽고 편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 때로는 지루하며 무료하기도 하다. 남은 세월을 보내는 게 쉽지 않다. 건강하게 살아야한다고 열심히 운동하며 즐거운 척, 건강한 척, 아닌 척, 살아가는 모습이다. 병원에 가는 나날이 늘어나며 괴로운 날이 많아진다. 누워서 일어나지 못하고 병치레 하는 눈에 안 보이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걸어 다니며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눈에 띈다는 것은 행운이며 은혜다.


세상 모든 것을 보고, 견주며 살아가는 것은 불행이다. 안 보고, 모르고, 사는 게 약이다. 병으로 일찍 죽는 사람 빼고 비슷하게 죽는데 10년 안팎이다. 10년이 긴 세월이지만 죽음이 가까워온 사람에게는 그날이 그날이다. 여행도 하다 보면 지루하고 가 봐야 그 곳이 그 곳이다.

약간의 신비스럽고 출발하기 전에 떨림의 흥분이 있지만 하루이틀 지나면 집이 최고다. 먹는 약이 많은 사람에게는 챙겨야 할 게 많고 꼭 몇 가지가 빠져서 불안하게 지내다 집에 온다. 아늑한 내 집이 최고다. 나이 먹어서 방 한 칸만 있으면 될 거 같지만 늙을수록 집에 있어야 하고 거기서 재미를 붙일려면 집이 아늑해야 한다.

늙으면, 죽는 생각이 거의 매 시간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 생각보다, 잘 죽는 지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 그 생각을 지우려고 아닌 척 할 뿐이다. 어떻게 죽을지를 생각하며 잊으려 교회를 가는 사람이 많다. 봉사도 하며 은혜를 받는다고 살아간다. ‘내 목숨 내가 끊을 수 있냐? '하면서 죽고 싶은데 안 죽는 세월을 보내는 날이 누구에게 나 올 수 있다. 24시간이 짧지 않다.

골프치고 나면 오늘 하루 잘 때웠다고 하는 사람 많다. 모든 게 건강한 것 같은 친구도 나의 늙고 추하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 보여주며 누군가의 신세를 받으며간다. 나이 먹으면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외로워서 가고, 죽음이 불안한데 책임져 준다고 하니 간다. 누구도 가 본 사람이 없으므로 수많은 말들이 난무하지만, 착하고 선하게 남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은 어느 누구도 같다.

그렇게 살면 누구나 마음이 편하다. 세상은 선으로, 사랑하며 지내도록 만들어졌다. 시간을 원망하지 말고, 기쁘게 기다려 보고, 열심히 살며, 환한 마음으로,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원망 하지 말고, 그려려니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진짜로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젊음은 없는 듯 지나가고 늙음만 있는 듯 보낸다. 인생은 짧지 않다. 세월이 빠르다. 

<이근혁 /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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