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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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 도시 이야기

2023-08-15 (화)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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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 다녀온 한 한인은 신기한 경험을 했다. 7월말 폭우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물난리가 나 도로가 패이고 유실된 곳이 많았다. 평소 자주 다니던 경기도 한 지방 도로도 그랬다. 놀라운 일은 비가 그친 다음 날 일어났다. 단 하루만에 도로는 말끔히 단장되고 1주일도 안 돼 도장 공사까지 끝나 새 길처럼 변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의 길은 어디를 가도 낙서나 쓰레기, 홈리스를 찾아 볼 수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현재 가주내 홈리스 숫자는 미국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17만으로 추산된다. 그 중 절반 가까운 7만5,000명이 LA 카운티에서, 또 그 거의 절반인 4만5,000명이 LA에서 산다. 현재로도 인구 비율로 전국 최고 수준인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숫자가 매년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LA 카운티내 홈리스 숫자는 8년 간 60%, 작년 한 해 9%가 늘어났다.


LA와 가주 정부가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홈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주 정부가 쏟아부은 돈은 175억 달러에 달한다. 가주 홈리스 전체를 아파트에 넣어 렌트비를 내주고도 40억 달러가 남는 액수다. 이런 돈을 쓰고도 문제가 악화하기만 한다는 것은 돈이 해결책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홈리스 대다수가 정신질환자이거나 마약 중독자로 도움을 주려 해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홈리스의 55%는 무료 셸터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받고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롭게 규칙을 따라야 하는 셸터에 갇히기보다는 자유롭게 마약을 하며 돌아다닐 수 있는 노숙자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리버럴의 본산인 샌프란시스코시마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강제로 노숙자 텐트를 철거하려 하자 인권 단체들은 이것이 노숙자들의 권리를 침해했다며 연방 지법에 이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도나 류 오클랜드 연방 지법 판사는 작년 12월 이를 승인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노숙자들을 수용할 충분한 셸터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텐트를 강제 철거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노숙자 문제의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판결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셸터를 제공하고 가라는데도 안 가는데 더 짓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LA 시 추산 1인당 셸터 건립 비용이 60만에서 70만 달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주 노숙자 전체 수용 시설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상황이 이런데도 가주는 내년 홈리스 예산을 150억 달러 늘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는 보나 마나다.

한국과 미국 도시가 다른 것 또 하나는 안전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는 사기를 제외한 거의 모든 범죄가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으로 준 것은 절도로 2012년 29만 건에 달했던 절도 사건은 2021년 16만 건으로 거의 반토막이 났다. 그 주요 요인으로는 거리마다 설치된 CCTV와 자동차 블랙박스 등 감시 체계가 보편화된 것이 꼽힌다. 이 때문에 증거를 남기지 않고 범죄를 저지르기 어려워졌고 ‘죄를 지으면 잡힌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범죄도 준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가주의 범죄율은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가주의 강력 범죄는 전년에 비해 6%, 중폭행 8.9%, 살인 7.7%, 강간은 7.9%가 늘었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서는 자동차 절도는 28.4%, 총기를 사용한 살인 52%, 중폭행은 64%나 증가했다.

이는 보고된 범죄고 보고되지 않는 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소소한 절도는 아예 신고를 포기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가주는 2014년 마약 사용과 950달러 이하의 절도를 경범죄로 취급해 사실상 처벌하지 않는 주민발의안 47을 통과시켰는데 이는 ‘떼강도 조장법’으로 이름을 바꿔 불러야 마땅하다. 떼로 몰려가 상점을 턴 후 1인당 950달러 어치만 훔치면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떼강도들의 극성으로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체인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웨스트필드와 파크 호텔스 등 대형 샤핑몰은 몰 전체를 채권자인 은행에 넘기고 손을 털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정부 당국과 일부 인권 단체들이 성실하게 살아가는 주민들의 인권보다 정신질환자, 마약 중독자, 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인권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이 원칙은 다른 사람을 해치거나 폐를 끼치지 않을 때만 적용돼야 한다.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은 깨끗하고 안전한 한국의 거리를 찾아 걸으며 좀 보고 배우기 바란다.

<민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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