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년: 양력으로 4년에 한 번씩 2월달이 29일까지 있는 해로 29일이 윤일.
윤달: 음력과 양력의 차이를 적게하기위해 2-3년에 한 번씩 음력에 한 달이 더 있는 것으로 귀신도 윤달에는 쉬므로 나쁜 재액이 없다하여 집을 고치고, 산소를 이장하고, 노인들은 수의를 마련한다.
해마다 봄이 오면 박목월의 윤 사월 시만 읊었던 나는 윤달은 4월에만 있는 줄 알았다. 모르는게 약이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알고나니 배움은 끝이 없다.
올해는 오이지를 살 수가 없다구요? 왜요? 올해는 2월이 윤달이어서 야채 모종들이 서리를 맞고 얼더니 이상하게 열려 오이지를 못 담갔다는 농사 전문가인 농장아줌마의 하소연을 들으니 우리집 텃밭도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조금 안심이 되지만 농부의 갈 길은 고달프다. 2023년은 음력으로 2월이 두 번 있어 봄이 한 달쯤 늦게 온다는 걸 모르고, 올해도 4월이 되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참고 참다가 어느날 막무가내로 모종을 심고 봄 추위에 반쯤을 죽이고 다시 사다 심는 일을 해마다 반복하는 나는 어쩔 수 없는 졸갑이다.
4월에 모종을 아주 많이 많이 심어놓고. 신이여 도와주고 보살펴서 반절만 살려주길 기도하며, 그놈의 코비때문에 미루었던 그리스와 터키로 여행을 다녀와 5월에 돌아오자마자 조마조마하며 텃밭부터 살펴봤다. 아이고! 고추는 바람에 휘날리며 오들오들 떨면서 그래도 반쯤은 살아남아있고, 오이는 주인을 원망하며 불쌍하게 얼어죽었다. 호박, 가지, 토마토, 상추는 흔적만 남아있고 그나마 저절로 자란 깻잎과 부추만 반갑게 맞이한다.
다시 기운내어 한국 모종이라 얕보는 것 같아서, 홈디포에서 기운 센 미국 모종을 섞어서 심은 뒤, 몇 주가 지나 이제야 야릿야릿하게 자리잡았는데, 이번엔 두더지, 너구리, 토끼, 다람쥐, 사슴인지 뭔지가 나타나 목을 똑똑 따 먹은 걸 보고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났다. 이 쳐 죽일 놈들 이래서 총을 사는가보다. 나는 정말 다연발 새총을 사고 싶었다.
온갖 동물 퇴치를 위해 미니 쥐덧, 반짝이 테이프, 남편은 자다가도 빗소리가 들리면 다음날 다시 칙칙 뿌리는 물약까지 매일 새로운 걸 들고 나타났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이번엔 드디어 대박이라며 움직이는 동물 퇴치기를 설치했다. 텃밭과 정원이 있는 집에서 효과를 봤다며 초음파, 전자파, 삐삐비 소리, LED 섬광등이 번쩍이는 기계를 설치하고, 그 앞에서 왔다갔다 엎드려서 손도 움직여보고, 두더지같이 동글동글한 나보고 이리저리 움직이라하고, 무슨 소리인가 엎드려 귀도 대본다. 드디어 조마조마하게 며칠이 지난 뒤 잘 자란 고추를 한바구니 따고, 오이꽃이 노랗게 피기 시작하고, 달걀만한 호박을 딴 날 남편은 효과가 있으니 몇개 더 설치하고 배터리 대신에 전기콘셋트를 연결해서 이것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며, 둘 다 바보같이 히히 웃다가 너무 좋아하면 입방정땜에 복 달아날까봐 입 가리고 신이났다.
이미 일년 먹을 야채값 보다도 돈은 더 들어갔는데도, 알뜰살뜰 아끼는 살림꾼 남편도 텃밭 앞에선 마누라처럼 계산 못하는 털팔이가 되었다. 요즘은 무사히 무럭무럭 자라는 텃밭농사는 무지무지 힘들지만 재미있다.
그리하여 틈틈히 올리는 감사기도는 두 무릎 수술 잘하고, 다시 건강해져 조심조심 호미들고 일하고, 온갖 운동 할 수 있고, 여행 다닐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고, 내년 부터는 5월 엄마 날 지나서 모종 심을거라 벌써부터 다짐하고 약속하며 음식물 쓰레기로 퇴비를 부지런히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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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희 전 한국학교 교사,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