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전 교회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하면서 차원 높은 신앙심에 반해서 누님으로 모시고 존경했던 그 분으로부터 손때 묻은 책 한 권을 선물로 받았다.
책의 이름은 ‘순례자의 길’이고 저자는 불명이었다. 본인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겸손한 순례자의 수도와 순례의 행적을 기록한 수도원의 성직자들에 의해서 책이 세상에 소개되었다.
책 속의 주인공인 20세의 청년은 수도원에 들어가 10여 년간 수행을 했다. 그는 매일 밤낮으로 지극정성으로 기도하고 성경을 읽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수련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의 깨달음은 감사로부터였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어가 잠들 때까지 “내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제게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기도를 드렸다. 그에게 많은 영적인 변화가 왔다. 그렇게 어둡고 고독한 세월의 영속이었던 수도원의 생활이 즐겁고 아름답게 보였다. 딱딱한 빵 한 조각과 물 한 컵만 마시고 하루를 보내도 그저 기쁘기만 했다. 그는 결심했다. “그래, 그렇지. 주님이 주신 이 ‘감사’의 기쁨을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자.”
순례자는 러시아의 모스크바 근처에서 성경 책 한 권, 마른 빵 한 개, 군용 야전잠바, 군용 하의, 군화 한 벌, 물 한 통을 배낭 속에 넣고 정처 없이 러시아 동부 지역을 향해 걸어서 여행을 떠났다. 그는 마을을 들릴 때마다 병든 자, 세속의 일로 마음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그들을 위해 위로하고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그의 정성어린 기도와 위로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었다. 순례자의 선행은 입소문으로 동네 사람들에게 전달되었고, 마을의 촌장이 순례자를 자기 집으로 초청하여 밤늦게까지 성경을 읽고 강론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진리를 깨우쳤다.
촌장은 크게 감명을 받아 많은 선물을 그에게 주면서 며칠을 더 묵기를 권했다. 다음 날 새벽 순례자는 많은 진귀한 선물 중에서 빵과 물 한 병만 배낭에 넣고는 아무도 모르게 촌장의 집을 떠났다. 촌장에게 남긴 쪽지에는 “매일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제게 자비를 베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말을 늘 쉼 없이 마음속에 담고 기도하세요.”라는 글귀가 씌어져 있었다.
그는 발이 닫는 곳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의 진리를 전하며 아름다운 삶을 살다가 30대 말의 꽃다운 청춘을 뒤로하고 어느 추운 겨울 차디찬 동굴 속에서 영면했다. 그는 그의 품에 성경책을 두 손으로 꼭 품고 있었다, 순례자는 감사기도의 기쁨을 이렇게 전했다.
“나는 그리스도께 언제나 늘 감사기도를 드린다, 날씨가 몹시 추울 때는 더 열심히 그리스도를 찾으면 몸이 따뜻해진다. 배가 고플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하면 배고픔을 잊을 수 있다. 병이 들거나 허리와 다리가 아플 때에도 감사기도를 드리면 고통이 사라진다. 누가 나를 괴롭혀도 감사기도를 하면 모든 잡념은 사라지고 분노는 사라진다. 나는 세상의 어떤 세속적인 일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시끄러운 세상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홀로 있으면서 쉬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것뿐이다, 기쁨이 충만해지기 때문이다.”
감사기도는 그리스도의 은혜를 받아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쉬지 말고 감사기도 하라”는 순례자가 남긴 성경 말씀을 마음속에 담고 내게 오늘 하루를 복되게 살게 해주신 하나님께 머리 숙여 감사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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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김 / 그린벨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