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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증오범죄 감소? 신고가 줄었을 뿐

2023-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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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계기로 급증했던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경찰의 통계에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인 증오범죄는 여전히 증가 추세이지만, 코로나 비상사태 당시 이른바 ‘중국 바이러스’라는 용어로 상징되던 아시안을 겨냥한 무분별한 혐오와 차별이 팬데믹 종료와 함께 약화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LA 지역의 경우 LA카운티 셰리프국 관할지역에서 작년 한 해 신고된 아시안 주민들의 증오범죄 피해 건수는 총 12건이었다. 2021년 30건이었던 것이 수치상으로 60%가 줄었다는 것이다. LA시의 경우도 지난해 15%가 감소했고 올 들어서는 신고 건수가 18건에 머물러있다고 관계당국은 밝히고 있다.

그러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적은 수치는 통계의 함정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타운을 포함해 대도시 내 아시아계 커뮤니티들이 체감하는 증오와 차별 위협들은 여전하다. 최근 LAPD의 블레이크 차우 부국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400만여 명이 살고 있는 대도시치고는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건수가 너무 적다”며 “이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의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피해 감소세는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꺼려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범죄 피해상황을 수치스러워 하는 문화적 배경과 언어장벽 등이 그 이유로,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이민자들은 범죄피해 신고율이 워낙 낮은데다 특히 영어에 취약한 노인층은 더 낮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식적으로 파악된 피해 신고가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많은 수준이라는 점도 이를 말해준다.

한인 검사들과 경찰 등 전문가들의 공통된 당부는 사소한 일이라도 증오행위의 피해를 당했다면 반드시 신고를 하라는 것이다. 숫자와 기록이 뒷받침이 돼야 증오범죄를 막고 대처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 강력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신고만이 또 다른 피해와 희생을 막는 길임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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