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 ‘우게추’(Ugetsu·1953) ★★★★★(5개 만점)
시골의 도공 겐주로와 아름다운 귀부인 와카사가 다정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일본의 명장 겐지 미조구치가 생애 말년에 감독한 신비하고 아름답고 로맨틱한 귀신 이야기로 일본 작가 우에다 아키나리의 글 ‘숲 속의 집’과 ‘흰 뱀의 욕정’ 그리고 모파상의 ‘그는 어떻게 해서 훈장을 탔는가’가 원전이다.
16세기 초 내전으로 혼란한 시기에 시골에서 사는 두 남자가 돈과 명예를 찾아 가족을 버리고 도시로 나갔다가 겪는 이야기로 이 세상적인 것과 저 세상적인 것을 혼성해 남자들의 탐욕과 허영과 야망 그리고 전쟁의 혹독한 폐해와 부귀영화의 무상함을 사실적이요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답게 그렸다.
미조구치는 휴머니스트로 특히 남자 위주의 일본사회에서 학대 받고 핍박 받으며 척박한 삶을 사는 여자들에 대해 깊은 연민의 정을 느끼며 이들에 관한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 영화도 집을 버리고 떠난 남편 때문에 고통 받는 여인들의 힘든 삶을 절실하게 그리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이런 영화들로는 ‘기온의 자매들’(Sisters of Gion), ‘오사카 엘레지‘(Osaka Elegy, ‘마지막 국화 이야기’(The Story of the Last Chrysanthemum). ‘오하루의 인생’(The Life of Oharu) 및 ‘치욕의 거리’(Street of Shame) 등이 있다.
미조구치의 영화들은 촬영이 물 흐르듯 하고 아름다운데 그는 특유의 롱 샷과 롱 테이크를 사용해 포착한 영상을 통해 마치 병풍에 묵화를 그리듯이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서정적이요 치밀하고 섬세한 촬영이다. 이 영화에서도 이런 촬영으로 영화의 귀기 서린 분위기를 뛰어나게 묘사하고 있다.
‘우게추’는 베니스 영화제서 은사자상을 탔다. 이 영화는 또 일본영화를 서방 세계에 널리 알린 작품으로 아울러 아키라 구로사와 등 미조구치 후대의 일본 명장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작품이기도 하다.
북과 종 그리고 피리 소리와 염을 하는듯한 영창 및 고함 소리와 비명같이 내지르는 소리를 잘 혼용한 음악이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살려주고 있는 명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