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을 노리는 금융사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FBI 범죄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미국에서 일어난 노인 사기 피해자는 9만2,371명, 피해액은 무려 30억달러에 달한다. 1인당 평균피해액은 1만8,246달러이며 10만달러 이상 당한 사람이 3,133명이나 된다.
문제는 노인 대상 금융사기의 건수와 피해액수가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코비드 팬데믹 이후 디지털 및 모바일결제 환경이 본격화됐는데 많은 노인들이 온라인 시스템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사기범들은 시니어들이 테크놀러지에 익숙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신분도용은 물론 보이스피싱과 메신저피싱, 로맨스 사기, 테크 사기, 투자유도 사기 등을 벌이며 평생 땀흘려 모아온 은퇴자산을 빼돌리고 있다.
연방기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통해 은행계좌에 이상을 발견했다며 즉시 앱을 설치하라고 겁을 주는가 하면, 유명 IT업체를 사칭해 컴퓨터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준다며 비용을 부과하거나 금융정보를 해킹하는 것이다. 또 주정부에서 지급하는 푸드스탬프 전자카드(EBT)가 정지됐다며 접근해 카드 잔액을 사취하기도 하고, 외로운 노인을 상대로 한 로맨스 사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밖에도 복권이나 경품행사에 당첨됐다고 현혹하거나 불법투자,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도 계속 보고되고 있다.
관련 통계에 의하면 노인은 젊은이보다 테크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6배나 높다. 또 많은 경우 범죄자들은 희생자를 물색하여 오랜 관계와 신뢰를 쌓은 후 사기를 치기 때문에 미연에 방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민 1세들은 언어문제로 쉽게 먹잇감이 될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은퇴한 노인은 사회적 교류가 뜸해지면서 정보에 어두워지고 판단력도 흐려지게 된다. 게다가 외롭기 때문에 친절하게 잘 해주는 사람이 나타나거나 연하의 이성이 마음먹고 접근해오면 금방 유혹당할 수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생면부지 남보다 가족, 친척, 간병인 등 지인에 의한 재산 편취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재정 문제에 관해서는 전문가를 통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 주변의 시니어 공동체에서 자주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지혜도 필요하다. 사기꾼들은 언제나 한 수 위에 있다. 점점 교묘해지는 수법에 당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각별히 주의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