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면서 먹고 마시는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문제이다. 이것은 곧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사람이 싫어서 저 멀리 바다 끝의 무인도 섬에서 살려고 도시를 떠난 사람은 한 주일은 속 편하게 살지 몰라도 사람이 그리워 살 수가 없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계의 본능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게 되면 그 사람들 중에 중요한 역할을 해서 어떤 의사결정이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사람들이 생기게 된다. 어떤 사람은 이런 현상을 80:20의 법칙이라고 한다. 100명이 모인 사람들 중에 그 모임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20명이라는 것이다. 이것을 요즘은 ‘인싸’라고 하는데 영어의 ‘Insider’를 한국식으로 표현한 단어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인 영역에서 주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가르켜서 인싸라고 한다. 인싸라고 불리워지는 사람들은 권한과 주도권이 있지만 그런 것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의 발기인이나 교회의 개척멤버, 어떤 모임의 임원들이 인싸이다. 인싸의 사람들은 남다르게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어떤 권위적인 자세보다는 심사숙고할 뿐 아니라 희생적이고, 책임을 지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인싸의 반대로 ‘아싸’가 있다. 영어로 ‘Outsider’를 말하는 것인데 사람들의 모임가운데 중심에 선 사람들이 아니라 밖의 사람들을 말한다. 모임의 활동에 대해서 적극적이지 않고 또한 의사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런 사람들은 그 모임에 있지만 소속감이 없고 그러기 때문에 또 다른 모임에 참가하려고 하는 유혹을 받는다. 인싸의 사람들에게 아싸의 사람들은 소외감을 갖게 되고, 모임의 모든 것을 수용하기 보다는 비판하거나 부정하거나 모임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을 갖는다. 아싸의 사람들은 책임이 없어 마음이 홀가분할지 모르지만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자세 때문에 진보적인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이렇게 인싸나 아싸처럼 어떤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거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있다. 자기만의 생각과 선택, 그리고 자기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을 ‘마싸’라고 한다. 영어로는 ‘My way’인데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쪽도 저쪽도 아닌 나만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한편으로는 이기적이고 선택적인 기회주의자일 수 있다.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 얄미울 때가 있다. 어떤 때는 산이 좋다고 하다가 어떤 때는 산이 싫다고 하다가 도대체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어떤 때는 동으로, 어떤 때는 서로 방향을 돌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어디에도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신과 주관이 없어 큰 위기나 중대한 결정을 할 때에는 방황할 위험이 있을 수 있다.

인싸, 아싸, 마싸의 세계를 초월한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철학적이거나 정신적이거나 종교적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다. 지상에 살면서 최대한의 성실과 노력으로 살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소망하는 것은 천상의 세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신앙의 사람은 아니더라도 사람과 함께 살아가면서 현실에 머물지 않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며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비싸의 사람들이다. 이쪽도 저쪽도 아니면서도 이쪽 저쪽의 사람들이 바로 비싸의 사람들이다. ‘비싸’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도도해 보이고,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들로 보이면서 정말 “비싸게 구는” 수준이나 차원이 다른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다. 이 비싸의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초연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감정의 파도가 일지만 이성의 배를 띄워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이나 소수의 사람의 이익이 아닌 전체의 유익과 행복을 위해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김범수 목사, 워싱턴동산교회,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