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력권(sphere of influence)’은 국제관계에서 한 국가나 조직이 지배하는 영토 외에 문화, 경제, 군사적, 정치적 독점권을 가진 지역을 말한다. 강대국이 주변의 상대적 약소국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바로 그런 곳이 세력권이다.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우크라이나, 몰도바,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 나라들은 어떤 공통점을 지니고 있나. 과거 소련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각 나라마다 적지 않은 러시안 디아스포라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다.
한 마디로 러시아의 세력권 아래 있는 나라들이다. 그런 이 지역 국가 국민들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이 급속도로 부정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다.
그 기폭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러시아에 줄곧 당해온 탓인지 우크라이나와 라트비아 등 발트 3국의 러시아에 대한 국민감정은 결코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더 악화되고 있다.
코커서스 지역과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나라들의 러시아에 대한 감정은 전통적으로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이 지역에서도 급속도로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다.
푸틴이 집권 이후 줄곧 추구해온 전략은 이른바 ‘대러시아 정책’이다. 19세기 형 제국주의 정책으로 ‘루스키 미르(Russkiy mir- Russian world)’란 개념설정과 함께 강력한 러시아를 추구해왔다.
이 제국주의 정책 추구에 적극 이용한 해온 것이 주변국에 흩어져 있는 러시아인 디아스포라다. 박해받고 있는 러시아인 보호를 핑계로 잇달아 침공, 영토를 넓혀온 것이다.
조지아 침공이 그렇고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와 돈바스지역 일부 점령도 마찬가지다.
이도 모자라 푸틴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단행했다. 그 결과 과거 소련의 일원으로 러시아 세력권내에 있는 국가들의 반러시아 감정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최근의 갤럽 조사는 밝히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감정은 아르메니아에서 2021과 2022년 사이 45%에서 32%로 낮아졌다. 몰도바에서는 43%에서 32%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60%에서 29%로 각각 떨어졌다
푸틴으로서 더 쇼킹한 뉴스는 이 지역의 러시아계 사람들 중 ‘러시아 정체성’을 거부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한 예가 카자흐스탄의 러시안 디아스포라들이다. 15%만이 러시아 정체성 비전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스키 미르’, 푸틴의 대제국건설의 꿈은 망상이 되어가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체 세력권에서도 러시아의 위상은 급전직하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 푸틴 러시아가 또 한 차례 대형 사고를 일으켰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선봉을 맡았던 러시아 용병 부대 바그너 그룹이 지난 주말 총을 거꾸로 들고 모스크바로 진격했던 것.
프리고진이 이끈 이 용병집단은 하루 만에 반란을 철회했다. 그러나 푸틴은 일대 망신을 당했다. 어쩔 수 없이 반란 세력과 타협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것부터가 그렇다.
기르던 개에게 물렸다고 할까. 그게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다. 그 바그너 그룹의 진격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러시아의 러시아침공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해 비상한 성공을 거두었다’는 찬사(?)가 나오는 등 푸틴과 러시아는 전 세계적 조롱꺼리로 전락한 것.
이 일련의 상황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대제국의 꿈을 안고 단행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러나 거대한 부메랑이 돼 오히려 러시아 제국의 황혼을 재촉하고 있다. 그리고 그 푸틴의 날도 얼마 안 남았다는 사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