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다. 지난 달 25일 국적법 개정에 관한 국회 토론회 전에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총리를 만나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호소하였다. 한 총리는 주미대사로 워싱턴에 계셨고 또한 해외동포에 대한 각별한 관심으로 필자와의 약속을 쾌히 승락하셨다.
제한된 면담시간 동안 나는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로 5차례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고 하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총리는 메모하면서 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3가지 질문을 하였는데, 그 질문들은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문제 파악과 이해를 돕기에 충분하였다.
첫번째 질문은 “전 변호사는 미국 변호사인데 어떻게 한국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었나?” 1차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다니엘 김이 서울대 대학원에 외국인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워싱턴 총영사관에 학생비자를 신청하러 갔다가 거절되었다. 그가 출생 당시 부모가 영주권자였기에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어 학생비자를 발급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처음에 나를 찾아왔으나 한국법이라 거절하고 돌려보냈는데 다니엘이 언론에 하소연한 글을 보고 다시 불러서 연구해보겠다고 했다. 2013년 때마침 한국에서 사법연수생들이 우리 로펌으로 변호사 시보로 오게 되었고, 그들과 함께 국적법을 연구하고 이론을 만들어 무료 변론으로 일을 추진하였다. 소장이 완성된 뒤 한국에 있는 지인 변호사에게 헌법재판소에 접수를 부탁하였다고 답했다.
두번째 질문은 “5차 헌법소원의 청구인인 크리스토퍼 멀베이는 아버지가 미국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출생 당시 영주권자)이며 멜베이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출생신고도 되어있지 않은데 어떻게 복수국적이 될 수 있나?” 국적법 제2조 1항 1호에 의해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의 국민인 자는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전했다. 1998년 6월15일부터 부계주의에서 부모 양계주의로 개정되면서 다문화 가족의 자녀인 멀베이 같은 자녀까지 포함되어 복수국적의 피해가 더 늘어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번째 질문은 “멀베이가 미국 공직을 지원할 때, 미국 정부에서 어떻게 복수국적자인지 알겠는가?” 최근에 한국계 미군 장교가 주한 미군을 지원했는데 본부에서 출생 당시 부모의 신분 증명을 하라고 하여 부모가 영주권자였다고 전했다. 그랬더니 군 당국에서는 그를 한국 대신에 이태리로 발령했다는 것이다. 즉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나 국회보다 선천적 복수국적에 관한 규정을 더 잘 알고 적용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현실을 전했다.
한국에서는 선천적 복수국적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들 국민정서, 병역 면탈 방지를 이야기하며 BTS도 군대 가는 나라라고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안하는데 이렇게 법적 질문을 해주는 한 총리가 너무 고마웠다. 한 총리에게 멀베이와 같은 전 세계 한인 2세들이 거주국에서 공직이나 정계 진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17년 이상 해외에 주된 생활지를 두었을 경우 출생지로 소급하여 국적 상실을 해주는 국적법 개정안 제14조의 2가 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의 협조를 부탁했다.
걱정되는 것은 병무 담당 부처에서는 멀베이를 위한 개정안 제14조의 2에 대해 “인구감소 현실에서 병역자원 축소”라는 근거없는 반대로 인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개정안 발의를 눈치보며 회피하거나, 또는 법사위 심의 과정이 중단 내지는 연기될까 하는 것이다.
한 총리가 내 이야기를 정중하게 들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문제 해결의 청신호가 커진 듯하여 총리 공관을 나오는 나의 발걸음이 훨씬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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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