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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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의 길 위에서

2023-06-19 (월) 이근혁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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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커다란 땅 위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 피라미보다 작게 두 발을 딛고 살며 그 땅을 일구고 파괴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땅과 스치는 공기는 스페인 사람들이 자기들 땅이라고 경계를 짓고 만들고 있는 곳입니다.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이며 투우가 있는 소를 갖고 스릴을 즐기며 사는 멋있는 나라이며 플라멩코가 있는 음악과 춤, 멋으로 정열과 열정이 감춰진 사람들이 사는 나라입니다. 그들은 조상들이 화려합니다. 해상을 누비며 세계를 제압하여 많은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그들의 씨가 온 나라에 퍼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피가 섞여있습니다.

내 손자는 아버지가 필리핀인데 외할아버지는 중국 사람이고 외할머니가 스페인 피가 섞인 혼혈이니 스페인이 나의 사돈입니다. 세상 사람들을 들여다보면, 우리도 단일민족이라고 알량한 색깔을 자랑하지만 나도 뭐가 어떻게 섞여서 지금은 이렇게 색깔이 나서 살아가는지 모릅니다. 오랑캐에게 붙잡혀서 돌아와 사는 환향녀의 ‘호로자식’ 자손이 있을 것이고 일본의 지배하에 35년뿐이지만 그 시대에도 많이 섞였습니다. 일본 왕은 우리나라 백제시대 조상을 가졌다고 고백도 했습니다.


유럽 사람이 쌍놈이라고 욕하는 미국 사람이 검고, 하얗고, 누런, 명백한 색깔로 나뉘어 차별을 해가며 살아가지만, 그들은 종이 틀리고 색깔만 하얀 백인 잡종이고 우리도 누런 게 밖으로 보일 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검은색이 우종입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이 노예에게 뿌려놓은 흑인들의 가계뿌리 모임도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흑인은 돈 많은 백인들이 사고팔며 일을 시키고 주인의 노리개로 태어나서 거의 다가 백인 피가 섞였습니다.

미국은 하느님 말씀으로 무장된 사람들이 와서 총으로 원주민을 죽이고 몰아내서 흑인을 데려와 만들다가 중국 사람들을 산업시설의 힘든 철도와 도로작업으로 미국의 기초를 다지게 만들어놓고 지금은 남미의 이민자들을 못 오게 철책으로 막아가며 힘들고 고된 일들을 그들이 싼 임금으로 하면서 미국은 돌아갑니다.

하나님이 한분이고 지구가 하나면 인간도 하나입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으면 싸우며 서로 잘났다고 하다가 언젠가는 색깔도 하나가 될 것입니다.

그 분 눈에는 색깔에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요? 지구를 만든 분의 의도도 한번 생각해봅니다. 순례를 하며 통이 세계적으로 커졌습니다.

<이근혁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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