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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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 감성 그리고 영성

2023-06-17 (토) 문성길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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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대화할 때 주로 지성과 감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흔히 그 사람은, 아니 당신은 지성적이야, 지적이야, 라는 말은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칭찬으로 때론 야유조로 들리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감성이 풍부해, 감성적이란 말도 때에 따라 미묘하게 해석되고 느껴짐을 우리들 대부분은 살아오면서 느꼈으리라 생각된다. 좀 더 나아가면 경건하고 과묵하고 보통 우리들과는 좀 차원이 다른 세상에 사는 고결한 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표현할 때 영적이세요 라고 하는 것과 같다.

우리들이 직업의 귀천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에서 누구도 마음 내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때 그 누군들 드러내놓고 “나 이런 일 합니다”라고 할까? 아마도 철없는 자식들도 똑같이 부모의 직업을 물을 때 당황해하거나 부끄러울 것이라 생각된다.

꽤 알려진 이야기를 한다면 모 일류대학 수석 졸업생에겐 시장에서 품팔이하며 아들을 공부시킨 모친이 계셨는데 졸업식장 맨 앞줄에 모셨을 뿐만 아니라 대표연설 전 초라한 모친을 장내에 소개시켜 존경과 찬탄에 우레와 같이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고 한다.


또 어느 성공한 아들이 중역으로 근무하는 대 회사를 방문한 초라한 여인을 수위실에서 “모르는 사람이니 돌려보내라”는 엄명을 내려 아들에게 따뜻한 먹을거리를 전해주려던 어머니의 마음이 무참히 짓밟힌 뒤 그 사실을 안 회사 대표가 그를 해고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직업을 말할 때,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이나 성심을 다할 때 자신의 보람은 물론 그로 인해 편해지고 혜택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은 고귀한 직업을 가진 것이 된다.

그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선호하는 직업을 가졌다한들 심보 고약해 자신의 이득추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자신도 추해짐은 물론 그가 가진 직업 자체도 추해지게 하는 것이 되리라. 우리들은 이런 현상을 주위 여기저기에서 목격하는 바다.

제일 좋은 직업이란 과연 무엇일까? 형편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떤 일이건 사명감, 즉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 한다면 바로 그 일, 그 직업이 세상에 제일 좋은 직업이 되는 것이 아닐까.

요즈음 한국에는 어느 특정분야로의 쏠림현상이 위험수위에까지 다다랐다고 한다. 그것도 부의 축적에만 혈안이 된 형국이라니. 지성을 넘고 감성을 넘은 후 영성적인 삶의 태도가 아마도 최상의 직업을 창출하는 것이 아닐까한다.

<문성길 /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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