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연방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후 미국사회가 또 다시 극심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는 퇴임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되거나 구속 수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미국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검찰에 기소된 일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라 그러잖아도 양극화된 사회가 심각한 내홍에 빠진 것이다.
지난 9일 연방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37개 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국가기밀 문건을 불법 반출 보유한 혐의, 문건 은닉, 허위 진술, 사법 방해 혐의들이다. 기소장과 함께 검찰이 공개한 사진들은 충격적이다. 마라라고 자택 내 연회장, 욕실, 사무실, 침실, 창고 등에 수십 개의 박스들이 첩첩이 쌓여있고 일부는 쏟아져 흐트러진 서류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이 문건들은 중앙정보국(CIA), 국방부, 국무부, 국가안보국(NSA), 국가지리정보국(NGIA), 국가정찰국(NRO), 에너지부 등에서 생성한 것들로, 미국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물론 미국과 동맹들의 잠재적 취약점 및 국방 역량 등 미국의 안보와 외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14일 마이애미 연방 법원에 출석하여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그리고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마녀사냥’이며 ‘선거 개입시도’라면서 오히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기회로 삼으려 부추기고 있다. 이날 마이애미 법원 앞에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반대 시위자들이 몰려들어 “트럼프는 죄가 없다” 혹은 “그를 감옥에 가둬라”라는 피켓을 들고 말싸움과 실랑이를 벌였다. 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정당한 사법 절차로 보는 반면 공화당은 정치적 음모이며 표적 수사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정당한 기소인지 정치적 수사인지는 앞으로 재판에서 가려질 것이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우리는 이 나라에 단 하나의 법을 갖고 있고 그 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은 트럼프 자신이 2016년 대선 때 라이벌이던 힐러리 클린턴의 개인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다”고 소리 높여 공격했던 발언과 일치한다.
특검이 신속한 재판으로 공명정대하게 시시비비를 가림으로써 미국의 분열이 심화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