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지역 도량들과 스님들에 좀더 관심 필요

2023-06-15 (목) 12:00:00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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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여기에서 다시 불제자로’ (2/4)

▶ 각종 법회 참가자수 급감추세 계속

“…평소 법회 때 이 정도는 되고 오늘 같은 명절에는 서너 배는 모였으면…”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5월27일, 음력 4월8일) 봉축법회 10여분 전 길로이 대승사, 한 보살은 혼잣말처럼 나직하게 말했다. 참가자는 30명 안팎. 산호세 정원사와 샌프란시스코 여래사도 사정은 거의 비슷했다.

북가주 한인사찰 각종법회 참가자수가 십수삼년 전에 비해 절반에도 못미친다. 코로나 이전에 비해도 2,30%는 줄었다. 신도수뿐이랴. 지난 2,30년간 북가주에서 사라진 절이 살아남은 절보다 많다.


그러나 한숨은 이르다. 소수정예화로 속살은 더 튼실해질 수 있다. 정원사와 영화사가 그 증거다. 법당에는 칠불을, 마당에는 대형 관세음보살을 모신 정원사는 늘 정갈하게 정리돼 있는데다 스님이 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예열이 후끈 달아오른 2002년 4월20일, 지장기도 만일결사에 들어가 지금껏 이어온 지극정성(11일 현재 7356일째)이 스님과 신도들을 꽁꽁 묶는 믿음의 띠 구실을 해왔다. 10여년 전 이전 당시 잡풀 우거진 5에이커 대지에 농막 한 채가 거의 전부였던 영화사는 ‘피땀어린 소수정예 10년 운력’ 끝에 꽃이 피고지고 새가 들고나는 작은숲(뜰)과 독립법당과 쉼터 소요유와 연못까지 갖춘 의젓한 도량으로 변모했다.

카멜 삼보사 대만 스님은 본사인 곡성 성륜사 주지를 마치고 2011년 3월에 말사 주지로 부임한 특이한 케이스다. 올해로 12년째다. 한때의 진통을 딛고 세번째 3년결사를 준비중이다. 2014년 6월 ‘대흥사 말사 산타클라라 대승사 첫 주지’로 부임한 설두 스님은 취임 초부터 노후요양원 포함 생활공동체형 도량을 청사진으로 내걸고 새 부지를 장만한 길로이로 이사까지 했으나 행정처리지연에 코로나사태까지 겹치는 바람에 대안을 찾는 입장이다.

‘북가주 한인사찰 주지경력 최신참’은 샌프란시스코 여래사 승원 스님이다. 여래사가 40여년에 걸친 스승 설조 스님 시대를 마감하고 제자 승원 스님 시대가 열린 셈이다. 한국불교 원로수좌 기성 스님의 제자인데다 지운 스님 등 명망있는 수행자들과 각별한 인연을 유지해온 승원 스님이 여래사의 미래를 어떻게 펼쳐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리버모어 고성선원장 진월 스님은 한인대상 포교나 신행지도보다 국제불교단체 활동이나 SNS를 활용한 지구촌 불자들과의 직접소통에 적극성을 보여왔다. 불광사는 10년 넘게, 돈오사는 몇년간 열린도량 구실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몇년 뒤 오늘 같은 기사를 다시 쓴다면 그 톤은 어떻게 바뀔까. 한숨일까 환희일까. 모든 것은 불자들에 달려 있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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