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첩법 위반 등 37개 혐의
▶ 특검, “국가안보에 위협”
▶ 은닉 등 사법방해 혐의도
▶ “마녀 사냥”… 지지층 결집

[로이터=사진제공]
재임 중 취득한 국가기밀 문건을 퇴임 후 자택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해온 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대통령을 수사해온 연방 검찰이 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형사 기소하고 기소장을 공개했다.
미국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의해 형사 기소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3월 ‘성추문 입막음’ 사건과 관련해 기업 회계문서 조작 혐의로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엔 백악관 기밀문서 유출 혐의 피고인 신세로 법정에 서게 됐다. 특히 1차 기소는 뉴욕주 법률 위반이었던 것과 달리, 이날 두 번째 기소에선 방첩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돼 ‘연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첫 역대 대통령’이라는 불명예까지 추가됐다. 내년 11월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공화당 주자들 중 여론 조사 1위를 질주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가 불러올 파급 효과에 워싱턴 정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공개된 49장짜리 기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모두 37건의 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국방 관련 기밀 정보를 의도적으로 보유한 혐의가 31건이며 나머지 6건은 수사 대상 문건 은닉과 허위 진술 등 사법 방해 관련이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수백건의 기밀 문건을 담은 상자를 백악관에 보관했으며 2021년 1월 20일 임기를 마친 뒤 허가 없이 이런 상자 여러 개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져갔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밀 문건이 담긴 상자를 무도회장, 화장실과 샤워실, 사무실, 침실, 창고 등 여러 곳에 보관했으며 이후 기밀 취급 인가가 없는 사람들에게 기밀 내용을 말해주거나 보여줬다.
여기에는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국방·무기 역량, 미국의 핵무기 프로그램, 군사 공격을 받을 때 미국과 동맹들의 잠재적 취약점, 외국 정부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보복 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들 문건은 중앙정보국(CIA)은 물론 국방부, 국가안보국(NSA), 국가지리정보국(NGIA), 국가정찰국(NRO), 에너지부, 국무부 등 미국 정부 내 여러 정보기구에서 생성한 것들이었다.
검찰은 이들 문건이 허가 없이 공개될 경우 “국가 안보와 외교 관계, 미국의 군과 정보원의 안전, 민감한 정보 수집 방식의 지속 가능성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연방수사국(FBI)이 2022년 3월 30일 관련 수사를 개시했고, 이후 한 달 뒤에 연방 대배심도 가동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 문건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을 숨기려고 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이날 성명에서 “국방 정보를 보호하는 법은 미국의 안전과 안보에 매우 중요하며 무조건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나라에 단 하나의 법을 갖고 있고 그 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 그 법의 적용과 사실 수집이 수사의 결과를 결정하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방 기밀 반출은 건마다 최대 10년, 사법 방해는 최대 2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7번째 생일 하루 전인 오는 1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법정에 처음 출석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