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교육구 ‘교육과정에 동성애 포함’ 파문

2023-06-08 (목) 12:00:00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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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위 결의안 통과…학부모들 강력 반발

▶ 노스할리웃 이어 글렌데일서도 충돌사태

LA 교육구 ‘교육과정에 동성애 포함’ 파문

이번주 성소수자 프라이드 데이 행사가 열린 노스할리웃 새티코이 초등학교 앞에서 학부모들이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LA 통합교육구(LAUSD)가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LGBTQ) 관련 내용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켜 파문이 일고 있다.

미국내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강조하는 6월 ‘프라이드 달’을 맞아 일부 학교와 교육구 등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들이 열리면서 찬반 양측이 충돌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LA 교육구의 결정에 대해 한인들을 포함한 많은 학부모들이 어린 자녀들의 성 개념 혼란과 같은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LAUSD 교육위원회는 교육구 소속 모든 학교에서 성소수자(LGBTQ)에 대한 수업을 정규 커리큘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지난 6일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해당 안건은 재키 골드버그 의장과 닉 멜보인 교육위원에 의해 상정된 것으로 LAUSD는 6월을 프라이드 달로 공식 인정하는 동시에 10월을 LGBTQ 역사의 달, 10월11일은 전국 커밍아웃의 날, 11월20일을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등으로 기념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교육위원회는 전국 고등학생의 4명 중 1명이 성소수자로 집계됐고, 성소수자 학생들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멜보인 교육위원은 “해당 결의안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교육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며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학생들은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LAUSD 교육위원회의 결정은 최근 ‘프라이드 데이’에 노스할리웃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LGBT 교육 반대 시위를 벌인 직후 나온 것이다. 지난 2일 새티코이 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은 ‘프라이드 데이’를 기념해 성소수자 교육이 학교 교실에서 이뤄지는 데 대해 반발하며 보이콧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들은 이날 자녀를 등교시켜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며 학교 앞에서 100여명이 학부모들이 모여 LGBTQ 교육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성소수자 관련 행사 지지 단체 회원들과 몸싸움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성소수자 관련 교육 문제를 놓고 찬반 양측 간 갈등도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지난 6일 글렌데일 교육구 이사회 미팅에서도 6월을 이른바 LGBTQ 프라이드 달로 인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현장에서 3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또 양측간 폭력 사태도 발생했는데, 이날 시위에도 불구하고 글렌데일 교육구 이사회는 LGBTQ 프라이드 달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처럼 정규학교에서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확대하는 LA 및 남가주 지역 교육구들의 정책을 놓고 한인 학부모들은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학부모 이모(41)씨는 “아직 정체성 확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청소년 시기에 LGBTQ 교육을 받는 건 부적절하다”며 “교육구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LGBTQ 교육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갈까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트랜스젠터 차별 금지를 이유로 학교에서 남녀 화장실을 구분하는 것을 금하는 정책이 시행되는 등 아이들에게 혼란을 주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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