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카운티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도입됐다가 작년 여름 종료됐던 무보석금 석방제도가 지난 24일부터 다시 시행에 들어갔다. LA카운티 수피리어코트는 보석금 제도는 돈 없는 사람은 구금되고 돈 있는 사람은 석방되는 불공정한 사법시스템으로 심각한 헌법 위반이라는 점을 들어 ‘제로 베일’(Zero Bail) 정책을 부활시켰다.
물론 모든 범죄용의자에게 이 정책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성폭행과 무기사용 폭행 등 중범죄 용의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고, 경범 중에서도 가정폭력, 아동학대, 밴달리즘의 경우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제로 베일’ 대상은 절도와 좀도둑, 매춘, 마약남용, 기물파손, 체포불응 등의 경범죄 용의자들이며, 만일 제로베일로 풀려나있는 동안 다시 범죄를 저지르면 보석금이 책정된다.
용의자의 재력에 따라 누구는 구금되고 누구는 석방되는 제도는 분명히 공정하지 못한 제도다. 그러나 LA카운티에서 최대 범죄 피해지역의 하나로 꼽히는 한인타운 주민들의 입장에선 ‘제로 베일’처럼 불안한 정책이 없다. LA한인타운에서는 중범죄보다 재산을 노리는 절도와 차량털이, 기물파손 등의 경범죄가 많고, 가뜩이나 경찰력이 부족해 범죄사실을 신고해도 체포나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체포됐던 범죄자마저 즉시 풀어준다면 타운이 무법지대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이 정책이 시작된 팬데믹 초기, LA카운티 글렌도라에서는 24세 남성이 불과 12시간 동안 차량절도와 물품절도 등으로 세 번의 체포와 세 번의 석방을 기록해 화제가 됐었다. 또 떼강도 사건이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연말에는 그로브와 스튜디오 시티 등지에서 11건의 떼강도를 벌인 용의자 14명이 체포됐지만 ‘제로 베일’ 정책으로 대부분이 석방됐다.
범죄자들이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 강·절도사건은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또 무보석금 정책으로 풀려난 용의자들이 정해진 재판 날 법원에 출두하지 않고 도주할 우려도 높다. 지금처럼 경찰력이 부족한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런 좀도둑들을 체포하러 나설 여력은 당연히 없을 것이고, 결국 범죄의 악순환으로 인한 치안 불안이 걱정된다.
사법 당국은 범죄자들에 대한 ‘공정한 배려’에 앞서 시민들을 보호하는 치안강화에 힘써야하지 않을까.